송병기, BH 관계자 만남 등 상세 기록
이날 법조계에 따르면 송 부시장이 자필로 작성한 수첩에는 2017년 10월 12일 지방선거 출마를 준비하던 송 시장과 함께 서울에서 청와대 관계자를 만났다는 내용이 적혀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다음날인 13일자 일지엔 ‘송 장관 BH 방문 결과’ 등의 문구도 기재된 것으로 알려졌다. 송 시장은 노무현 정부 시절 장관급인 국민고충처리위원장을 지내 주위 사람들이 그를 ‘송 장관’이라 불렀다고 한다.
이들은 당시 만남에서 송 시장이 공약으로 준비하던 공공병원 설립 관련 논의를 한 것으로 추정된다. 송 부시장은 지난해 3월에도 청와대 비서관과 만나 공공병원 재원 문제를 의논한 것으로 알려졌다. 송 부시장은 이때의 만남을 수첩에 ‘BH 회의’라고 표현했다. 반면 송 시장의 경쟁자였던 김기현 전 울산시장의 산재 모병원 건립 공약은 지방선거 투표일을 16일 앞두고 기획재정부의 예비타당성조사 문턱을 넘지 못해 백지화됐다. 검찰은 송 시장의 당선을 위해 청와대와 정부 등이 모종의 도움을 준 것은 아닌지 조사할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청와대와 여권 등에서 송 시장을 단수공천하기 위해 영향력을 발휘했는지도 따져볼 것으로 예상된다. 송 부시장 수첩에 송 시장의 당내 경쟁자들에게 다른 자리를 안겨주는 방법으로 ‘교통정리’가 이뤄졌다는 의심이 드는 대목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서다. ‘VIP’ ‘(대통령)비서실장’ ‘조국 수석’ 등 단어도 수첩에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한 검찰 출신 변호사는 “과거 안종범 수첩, 김영한 비망록 등이 그랬던 것처럼 송병기 수첩이 이번 사건의 실체를 파악하는 데 중요한 단서가 될 것”이라며 “수첩에 이름이 등장하는 임종석 전 청와대 비서실장, 이모 비서관, 장모 비서관,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송 시장 등에 대한 조사도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울산시장 공천 문제와 관련해 더불어민주당 관계자 조사도 있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檢, 조국 두 번째로 불러 조사
하명수사 의혹과 관련한 검찰 수사도 속도를 내고 있다. 서울중앙지방검찰청 공공수사2부(부장검사 김태은)는 이날 문 전 행정관이 근무하고 있는 국무총리실 민정실을 압수수색했다(사진). 곽상도 자유한국당 의원은 전날 “청와대가 애초 첩보에서 비리 혐의가 약하다고 판단한 부분은 삭제하고 자체 조사 내용을 추가했다”며 “비리 죄명과 법정형량 등이 더해져 경찰에 내려갔다”고 주장했다. 청와대는 앞서 일부 내용을 편집 요약했을 뿐 비위 사실을 새로 추가하진 않았다고 해명했다.
한편 서울동부지검 형사6부(부장검사 이정섭)는 이날 ‘유재수 감찰 무마 의혹’과 관련해 조국 전 장관을 두 번째로 불러 조사했다. 검찰은 조 전 장관 조사를 마치는 대로 구속영장 청구 등 신병처리 방향을 결정할 전망이다.
이인혁/안대규 기자 twopeopl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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