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명동, 가로수길, 청담동, 이태원, 홍대 등 서울 6대 핵심 상권의 평균 공실률이 작년보다 낮아졌다. 이태원과 명품의 거리 청담동 상권이 살아난 영향이다. 명동의 패션과 라이프스타일숍 등이 빠져나간 자리는 외국인을 위한 전용몰이 차지했다.
상업용 부동산 컨설팅 업체 쿠시먼앤드웨이크필드(C&W)는 18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의 ‘2019년 리테일 시장 결산 보고서’를 발표했다. 진원창 C&W리서치 팀장은 “대한민국 2대 상권인 명동과 강남 일대에는 올해 사상 최대로 몰려온 외국인 관광객들을 겨냥한 한국마트와 뷰티숍이 눈에 띄게 늘었다”며 “‘쇼핑 투어리즘’이 상권을 변화시켰다”고 분석했다.
SPA 자리 대체하는 ‘스포츠 플래그십’
지난해 상반기 20%대로 치솟았던 청담동 공실률은 6월 말 14.4%까지 떨어졌다. 루이비통이 리모델링을 마치고 다시 문을 열었고, 막스마라와 바카라 등의 명품 브랜드가 돌아온 영향이다. 하지만 구성은 좀 변했다. 청담동 일대는 기존 의류 매장 등이 사라진 자리에 운동, 피부미용 등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한 자기관리 매장이 크게 늘었다.
롯데의 미니 백화점 ‘엘큐브’가 문을 닫으며 올 1분기 공실률이 10%대로 올랐던 홍대 상권은 스포츠 브랜드 등이 대거 입점하며 공실률이 10% 밑으로 떨어졌다. 아디다스는 홍대에 브랜드 센터를 이달 열었고, 무신사 등 전문 편집숍 등이 새로 둥지를 틀었다. C&W 관계자는 “유니클로, 에잇세컨즈, 포에버21 등 패스트패션 등은 주요 상권에서 빠져나가려고 하지만 스포츠와 애슬레저 브랜드가 핵심 상권으로 많이 유입되고 있다”고 말했다.
청담, 강남역, 가로수길 등 강남권역 상권에는 성형외과와 피부과가 크게 늘었다. 지난해 상반기 359개였던 관련 점포 수는 현재 400개를 넘어섰다.
외국 관광객 사상 최대
외국인들은 상권에 어떤 영향을 미쳤을까. 올해 한국을 찾은 외국인은 1740만 명으로 역대 최대치에 달할 전망이다. 외국인 관광객 10명 중 9명은 명동을 찾았다. 하지만 명동의 공실률은 지난해 2분기 3.2%에서 올 2분기 5.8%로 올랐다. 내국인이 찾지 않는 데다 외국인도 면세점과 강남, 홍대 일대에서 지갑을 열었다는 분석이다.
명동 상권에서는 외국인 관광객을 위한 화장품 로드숍이 여전히 강세다. 올 들어서는 ‘한국마트’ 또는 ‘코리아마트’라는 형태의 상업시설이 많아졌다. 과자와 김 등 포장된 한국 식품을 판매하는데 매장 인테리어는 최소화하고 식품을 그날그날 싼 가격으로 갈아끼워 관광객을 상대로 장사한다. 명동 상권 내 대형 한국마트는 지난해 9개에서 올해 15개로 늘었다.
6대 핵심 상권에 ‘코스메틱 3.0’ 시대
6대 핵심 상권에 공통적으로 나타난 트렌드는 3세대 뷰티숍이다. 대형 매장에 맞춤형 특화 화장품을 놓고 전문가가 컨설팅까지 함께하는 형태다. 1세대 뷰티숍이 다양한 물건을 판매하는 목적이었다면, 2세대는 대형화한 편집숍이었다. 올리브영과 세포라, 시코르 등이 포함된다. 최근 등장한 3세대 뷰티숍은 ‘전문성’이 키워드다. 체험형 뷰티 플래그십 매장의 비중은 6대 상권에서 전체의 37%까지 올랐다.
3세대 뷰티숍이 가장 많은 상권은 가로수길이다. 색조 화장품에 특화된 LK와 줄기세포에 특화된 피부과 셀파크도 가로수길에 플래그십 매장을 냈다.
김보라 기자 destinyb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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