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조작' vs 경찰 '오류'…이춘재 8차 감정서 놓고 자존심 싸움

입력 2019-12-18 17:43   수정 2019-12-18 17:44


화성 연쇄살인 8차 사건을 놓고 검찰과 경찰의 대립이 고조되고 있다. 검찰이 당시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감정 과정에 조작이 있었다고 지적하자 검찰이 오류가 있을 뿐이라고 재반박하는 등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경기남부지방경찰청 수사본부는 지난 17일 8차 사건 당시 국과수 감정이 '조작'된 것이 아니라 '오류'가 있었을 뿐이라는 브리핑에 대해 검찰이 당일 오후 "경찰의 발표는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하자 18일 다시 취재진 설명회를 열어 중간 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반기수 수사본부장은 "검찰은 당시 국과수가 원자력연구원 보고서상 'STANDARD'(표준 시료)는 분석기기의 정확성을 측정하기 위한 테스트용 표준 시료"라며 "재심 청구인인 윤모 씨 감정서에만 이를 사용하는 수법으로 감정서를 조작했다고 주장하는데 이는 사실이 아니다"라고 했다.

경찰은 'STANDARD'는 테스트용 모발이 아닌 현장에서 발견된 체모가 맞다고 주장했다. 그는 "당시 보고서를 작성한 원자력연구원 A 박사는 '테스트용이라면 옆에 인증 방법, 인증값, 상대오차 등의 기재돼 있어야 하는데 이런 표기가 없다'고 답변했다"면서 "스탠다드라는 용어는 국과수가 신뢰도 확인을 위해 보낸 시료명을 그대로 기재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또 여러 보고서를 살펴본 결과 일반인의 체모를 사전에 분석해 기기의 성능을 테스트했다는 기록이 전혀 없어 검찰의 주장은 사실이 아니라고 했다. 반 본부장은 "해당 시료의 수치로 윤 씨뿐만 아니라 다른 10명의 용의자에 대해서도 비교 감정했다"며 "유독 윤 씨에 대해서만 엉뚱한 체모(표준 시료)로 감정서를 허위 작성했다는 검찰의 설명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검찰은 지난 12일 당시 국과수의 감정에 '조작'이 있었다고 했다. 그러자 경찰이 적극적인 반박에 나서면서 당시 국과수 감정이 '조작'인지, 단순 '오류'인지를 두고 엇갈린 입장이 나오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번 사태를 최근 검·경 수사권 조정안과 연관 짓고 있지만, 상대 기관이 수사 발표를 부인·반박하자 '자존심 싸움'을 벌이고 있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검찰은 경찰의 18일 취재진 설명회 내용에 대해 "검찰이 그동안 직접 조사한 원자력연구원 담당자의 진술 내용과 국과수 및 전문가를 상대로 한 조사 결과와는 사실 관계가 다르다"면서 "이와 관련해서는 내일 경찰 수사팀과 논의할 예정"이라고 했다.

한경닷컴 뉴스룸 op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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