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 급한 4년차…단기 경기부양 '올인'

입력 2019-12-19 17:29   수정 2019-12-20 01:27


정부가 내년 경제성장률 목표치를 올해 예상치(2.0%)보다 높은 2.4%로 설정했다. 이를 위해 내년에 민간과 공공 분야에서 100조원 안팎의 투자 프로젝트를 발굴·집행하기로 했다. 그러나 기업 투자를 막는 핵심 요인인 노동·환경 규제 완화가 뒤따르지 않는다는 점에서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4년차로 접어드는 문재인 정부가 내년 총선을 앞두고 중장기 체질 개선보다는 단기 부양에 집중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정부는 19일 문재인 대통령 주재로 청와대에서 확대경제장관회의를 열어 이런 내용을 담은 ‘2020년 경제정책방향’을 확정했다. 정부는 세계 경제 회복세와 반도체 업황 개선을 근거로 △경제성장률 2.4%(올해 예상치 2.0%) △고용률 67.1%(66.8%) △소비자물가 상승률 1.0%(0.4%) △경상수지 595억달러(580억달러) 등 주요 목표를 올해보다 올려잡았다.

정부는 내년 경기 반등 모멘텀을 마련하기 위해 투자 활성화에 총력 매진하기로 했다. 민간(25조원), 민자사업(15조원), 공공기관(60조원)을 합쳐 100조원대 투자를 한다는 계획이다. 올해(80조원)보다 25% 늘어난 규모다.

정부는 투자 활성화를 위해 다양한 유인책을 마련했다고 강조하지만 ‘알맹이’가 빠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내 투자를 꺼리게 하는 각종 노동규제와 환경규제를 완화하는 대책이 없기 때문이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중장기 경제체력을 키우는 정책은 없고 단기 부양책만 잔뜩 내놨다”며 “정부 스스로 내년 경제의 성패가 민간 투자에 달렸다고 강조하면서도 핵심 규제 완화 등 민간 투자 유인책은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hr style="display:block !important; margin:25px 0; border:1px solid #c3c3c3" />"민관 100兆 투자 끌어내 내년 2.4% 성장"…정부만 여전히 '장밋빛'
공공 10조·대기업 25조·민자사업 15조 등 발굴 지원


정부가 내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4%로 제시했다. 국내외 연구기관과 투자은행(IB)이 제시한 전망치 중 가장 높다. 정부는 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민간과 공공분야 등에서 총 100조원의 투자를 끌어낸다는 목표다.

전문가들은 “100조원 중 실제 내년에 집행되는 금액이 얼마인지 불분명하다”며 “정부가 투자를 활성화하기 위해 할 일은 목표 제시가 아니라 규제를 풀고 노동시장을 개혁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부, 나홀로 ‘장밋빛’ 전망

정부는 19일 발표한 2020년 경제정책방향에서 올해 경제성장률(실질 국내총생산 증가율)이 2.0%를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내년 성장률은 2.4%로 전망했다. 지난 7월 ‘2019년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에선 올해 성장률을 2.4~2.5%, 내년 성장률을 2.6%로 예상했었다.

정부가 내년 전망치를 5개월 만에 낮췄지만 주요 연구기관이나 IB의 전망치보다는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블룸버그가 42개 IB와 신용평가사로부터 집계한 내년 한국 성장률 전망 평균은 2.2%다. IHS마킷이코노믹스(1.7%), 뱅크오브아메리카메릴린치(1.8%), 소시에테제네랄(1.9%), UBS(1.9%) 등은 내년 성장률이 2%를 밑돌 것이라고 예상했다. 국내에서도 LG경제연구원(1.8%) 한국경제연구원(1.9%) 등이 내년 성장률을 2% 미만으로 전망했다.

정부는 내년 수출이 올해보다 3.0%, 수입은 2.5% 증가할 것으로 봤다. 경상수지 흑자폭은 올해 580억달러에서 내년 595억달러로 15억달러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올해 0.4%, 내년 1.0%로 전망했다.

김용범 기획재정부 1차관은 “투자나 수출 분야에 대한 정책 프로그램을 모으는 데 총력을 다하고 있고 대외 여건도 개선되는 흐름”이라며 “내년 상반기부터 정책적 노력이 시너지를 내면 2.4% 성장률 달성이 가능하다”고 했다.

정부는 내년 성장률 2.4%를 달성하기 위해 민간기업(25조원), 민간투자사업(15조원), 공공기관(60조원) 등을 통해 총 100조원의 투자를 이끌어내겠다고 밝혔다. 올해 79조6000억원보다 25% 증가한 수치다.

100조원 투자 유치한다지만

민간기업 투자 25조원 중에는 공장 착공 등에서 애로를 겪어온 대규모 프로젝트 10조원이 포함됐다. 에쓰오일이 7조원의 투자 계획을 발표했던 울산 석유화학공장이 대표적이다. 이 공장은 내년 4월 대기오염물질 총량관리제도 확대 시행으로 건설 허가가 나올지 불확실한 상황이다. 정부는 이 공장 신설을 감안해 해당 지역의 오염물질 허용 총량을 산정하되 저감시설 설치 등 조건을 부여해 건설 허가를 내줄 방침이다.

신세계 인천 청라 복합쇼핑몰(1조3000억원)의 경우 인근 하수처리시설이 포화해 착공에 어려움을 겪었는데, 정부가 하수처리장을 조기 증설하기로 했다.

민간 투자 25조원 중 나머지 15조원은 연내 추가 발굴하기로 했다. 기재부 관계자는 “아직 공개하긴 어렵지만 기업들이 투자 의사를 표시한 프로젝트들이 있다”고 설명했다.

민자사업의 경우 내년 5조2000억원을 집행하고 10조원 정도를 신규 발굴하기로 했다. 또 내년 공공기관 투자를 올해보다 5조원 늘어난 60조원으로 확대한다. 공공주택, 철도·고속도로·항만 등 사회간접자본(SOC) 기반 확충, 발전소 건설과 시설보강, 신재생에너지 투자 등에 나설 계획이다.

100조원 안에 집행이 불확실한 금액이 포함되는 등 정부가 ‘숫자 부풀리기’에 나선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온다. 김태기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100조원 중에는 실제 투자로 이어지지 않고 계획으로만 끝날 수 있는 게 많아 보인다”며 “정부가 승인을 내주고 싶어도 국회 벽에 막혀 무산될 수 있다”고 말했다.

오상헌/성수영/이태훈/서민준 기자 ohyea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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