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세균 "규제개혁, 국민이 체감못해…미래산업 中에 종속될 수도"

입력 2019-12-19 17:00   수정 2019-12-20 01:36

지난 18일 서울 통인동 금융감독원 연수원에 마련된 국무총리 후보자 사무실. 정세균 국무총리 후보자는 강한 어조로 “정부가 규제 개혁을 한다지만 국민은 왜 체감하지 못하는가”라고 물었다. 총리실 관계자로부터 정부의 규제 혁신 현황을 보고받은 직후였다. 정 후보자는 “4차 산업혁명은 ‘게임 체임저’(판도를 바꾸는 것)인데 우리는 상당히 뒤처져 있다”며 “우리가 정보통신기술(ICT) 분야는 앞서지만 인공지능(AI) 같은 분야에서는 규제가 적은 중국에 밀리는 것 아니냐”고 우려했다. 그는 “이런 식으로 그대로 가면 중국에 로열티를 내든지, 종속되는 상황이 올지도 모른다”고도 했다.

정 후보자의 화두는 ‘미래’

19일 복수의 총리실 관계자에 따르면 정 후보자는 전날 총리실 간부들에게 “규제 혁신에 많은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당부했다. 그는 “공무원의 마인드가 중요하다”며 “선제적 규제 혁파를 위해 공직자들이 깨어 있어야 한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 후보자가 이처럼 ‘규제 개혁’을 주문한 것은 미래 준비를 강조해 온 평소 소신과 맞닿아 있다는 게 측근들의 설명이다. 정 후보자의 국회의장 시절 캐치프레이즈는 ‘국민에게 힘이 되는 국회’ ‘헌법 정신이 구현되는 국회’와 함께 ‘미래를 준비하는 국회’였다. 정 후보자는 국회 내 4차산업혁명특별위원회, 미래연구원 설치를 적극 추진했다. 정 후보자가 대표 발의한 ‘디지털기반 산업 기본법안’도 복잡하고 경직된 현행 규제 체계가 기술 속도를 따라가지 못한다는 문제 의식에서 비롯됐다.

정 후보자의 한 측근은 “한국이 정보통신기술(ICT) 혁명까지는 패스트 팔로어(빠른 추격자) 전략으로 잘 따라왔지만 4차 산업혁명부터 창조적인 전략이 필요하다는 게 정 후보자의 생각”이라며 “이를 위해 불필요한 규제를 타파해야 한다고 강조해 왔다”고 전했다.

공무원들의 태도 변화가 중요하다는 게 정 후보자의 생각이다. 정 후보자는 “접시가 깨지는 건 용서할 수 있지만 접시에 먼지가 쌓이는 건 용서할 수 없다”고 말해왔다. 공무원들이 사고가 두려워 적극 행정을 하지 않는다면 국민의 삶이 나아질 수 없다는 얘기다.

“개헌으로 공정한 선거 룰 만들어야”

정 후보자는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에 오른 선거제 개편과 연계해 개헌의 필요성도 강조했다. 그는 이날 서울 여의도에서 열린 한 행사에서 기조강연을 통해 “(선거제 개편이) ‘밥그릇 싸움’이라고 하는 국민의 말이 맞다”며 “개헌과 함께 공정한 게임의 룰을 만드는 게 시급하다”고 언급했다. 정 후보자가 국회의장이던 지난해 3월 26일 대통령 권한 축소를 골자로 한 개헌안이 문재인 대통령에 의해 발의됐으나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되지 못했다.

정 후보자는 “국민의 뜻을 잘 받들어 난제를 풀어야 하는 곳도, 마지막에 문제 해결을 요구받는 곳도 정치”라고 강조했다. 그는 “사회 갈등이 극에 달한 이런 상황에서는 지속가능한 대한민국이 불가능하다”며 “광화문, 서초동, 여의도에서 집회하는 그룹들이 다 다른 주장을 하는 상태로는 대의민주제가 제대로 기능을 할 수 없다”고 진단했다.

문 대통령은 20일께 정 후보자의 임명 동의 요청안을 국회에 제출할 전망이다. 국회는 15일 이내 청문회를 끝내고, 20일 이내 전체 심사를 마쳐야 한다. 이르면 다음달 8일까지 모든 절차가 마무리될 전망이다.

조미현/이미아 기자 mwis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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