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경기가 회복세로 접어들면서 미국 이외 신흥국이나 가치주로 자금이 몰리는 흐름이 나타날 것이다.”(최현만 미래에셋대우 수석부회장)
“내년 미국 경제가 침체에 빠져들 가능성은 낮다. 양호한 수익률을 낼 수 있는 자산은 역시 미국 주식이다.”(안동현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
19일 ‘2020 대내외 경기·금융시장 대예측 세미나’에서 한상춘 한국경제신문 객원논설위원의 사회로 열린 ‘내년 국내외 자본시장 전망과 투자전략’ 토론에는 최현만 수석부회장과 안동현 교수가 패널로 참석했다. 최 부회장은 30년 넘게 현장을 뛰면서 미래에셋대우를 국내 최대 투자회사로 키워낸 자본시장 최고 전문가다. 안 교수는 스코틀랜드왕립은행(RBS) 퀀트전략본부장과 자본시장연구원장 등을 지내 거시경제와 자본시장 분야에서 이론과 실무를 겸비한 전문가로 손꼽힌다.
금리 인하로 유동성 확대 기대
두 사람은 2020년 금융시장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칠 요인으로 미국 등 주요국의 기준금리 인하를 꼽았다. 최 부회장은 “미국 중앙은행(Fed)이 2015년 이후 처음으로 긴축에서 완화로 돌아선 결과 유동성 확대에 대한 기대가 커졌다”고 평가했다. 안 교수는 “미국이 내년에 금리를 한 번 정도 더 낮출 것으로 본다”며 “다만 저금리 효과로 한국 등 주요국 부동산 가격이 핵심 지역을 중심으로 폭등해 다른 자산 시장 전반으로 효과가 확산되는 데 한계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진단했다.
미국과 중국 간 무역분쟁에 대해서는 양국이 일정 부분 합의점을 찾아갈 것이라는 데 두 사람 의견이 일치했다. 최 부회장은 “역대 미국 대통령은 고용, 성장률, 주가의 ‘3박자’가 맞아떨어질 때 재선에 성공했다”며 “내년 대통령선거가 1년도 채 안 남은 현시점에서는 미·중 간 긴장을 더 높이기보단 관리를 할 필요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한국 경제의 높은 수출 의존도와 글로벌 경제에 대한 민감도를 고려하면 내년 한국 증시가 특별히 부진하진 않을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안 교수는 한국 증시 전망에 대해선 최 부회장과 다소 견해를 달리했다. 그는 “한국의 성장률 등 거시경제 지표가 별로 좋지 않은 데다 주식시장이 수익을 내기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내년에도 큰 폭의 변동 없이 박스권 수준을 맴돌 것”이라고 내다봤다.
해외투자는 신흥국 vs 미국 ‘팽팽’
내년 투자전략에 대해선 국내를 벗어나 해외 자산 비중을 높이는 방향으로 자산 배분이 이뤄져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최 부회장은 내년 투자가 유망한 지역으로 인도와 베트남을 제시했다. 그는 “인도는 중국에 비해 값싸고 질 좋은 노동력을 보유한 데다 인도 정부의 감세정책 등 영향으로 소비가 의미있는 증가율을 나타낼 것”이라고 전망했다.
안 교수는 미국을 내년에도 가장 안정적인 수익을 낼 투자처로 추천했다. 그는 “미국 경제가 단기간 급랭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며 “약간의 기술적 조정이 다가오는 타이밍에 투자하면 연 6~7%가량 수익률을 올릴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한국 증시 전략을 묻자 최 부회장은 “업종별로는 글로벌 경기 민감도가 높고 4차 산업혁명 관련 수요가 꾸준한 정보기술(IT), 소프트웨어 등에 우선 관심을 둬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러면서 “최근 글로벌 시장에서는 경기회복 기대가 커지면서 금융주와 가치주도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며 “은행·증권 등 금융주는 물론 소재·산업재 업종도 좋은 성과를 낼 것”이라고 예측했다.
“‘금융 노마드’ 본질은 신뢰 위기”
이날 토론에서는 최근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DLF)와 라임자산운용 사태 등으로 투자자들이 기존 금융권에 등을 돌리는 ‘금융 노마드’ 현상을 어떻게 바라볼 것인지에 대한 논의도 나왔다. 안 교수는 “금융회사들이 잘 팔리는 상품 경쟁에만 몰두하다 보니 DLF와 라임 등의 사태가 터졌다”며 “국내 주식에 장기투자 해봐야 은행 예금 수익률도 나오지 않는 상황도 노마드 현상을 부추기는 요인”이라고 일갈했다.
최 부회장은 “금융 노마드의 원인이 금융업이 소비자로부터 신뢰를 잃었기 때문이라면 심각한 문제”라며 업계 전반의 자성을 촉구했다. 그는 “금융회사는 높은 수익의 유혹 때문에 스스로 통제할 수 없는 위험자산을 상품에 담아서는 안 된다”며 “상품에 가격변동이나 신용위험이 녹아 있다면 반드시 고객이 이해할 수 있도록 충분히 알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형주/전범진 기자 oh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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