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동한의 리스크관리 ABC] 예상손실을 제대로 산출할 수 있어야

입력 2019-12-19 18:18   수정 2019-12-20 00:10

“건희야 넌 나중에 무슨 일을 할래?” “액추어리(actuary·보험계리사)!” “액추어리가 뭐하는 사람인데?” “몰라.”

장 교수와 어린 아들 건희의 대화다. 장 교수가 평소에 세뇌하듯이 주입시킨 때문인지, 아들의 장래 희망은 무조건 ‘액추어리’였다. 하지만 아들은 액추어리가 무슨 일을 하는지 알 턱이 없고 관심도 없었다.

액추어리는 무슨 일을 할까? 적정한 보험료율을 산정(보험 비용인 보험료 원가 분석)하고, 장래에 지급할 보험금을 예상해 적정 준비금 규모를 산정하는 보험전문인이다. 보험 비즈니스의 성패를 좌우하는 만큼 자격을 취득하기 어렵다. 하지만 일단 자격증을 따고 실무 경력을 쌓으면 대우받는다. 경기 상황과 무관하게 안정적인 수입을 벌 수 있는 데다 수요도 더욱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니 더없이 좋다. 물론 숫자를 사랑해야 한다. 필자도 한때 액추어리를 목표로 했지만 평생 숫자를 사랑하며 지낼 자신이 없어 일찌감치 포기했다.

조직에 큰 영향을 미치는 키(key) 리스크를 파악했다면, 체계적 리스크 관리의 두 번째 단계는 그 리스크에 따른 예상 손실을 측정하는 것이다. 사고 발생 빈도와 손실 크기를 분석해 예상 손실을 가늠함으로써 미리 예산을 확보하는 등 리스크에 적절하게 대응할 수 있다. 이 과정에 각종 수학적, 통계학적 이론과 컴퓨터 시뮬레이션 기법이 활용된다. 예상 손실을 제대로 분석해야 보험료율을 적정하게 산정할 수 있고, 그래야 보험 비즈니스를 안정적으로 운영할 수 있다. 미국 주요 보험사 최고경영자(CEO)의 과반이 액추어리 출신이란 사실이 이를 잘 증명한다.

미래 보험금 지급에 대비한 적정 준비금 산정 또한 액추어리의 중요한 업무다. 보험상품 및 보험시장의 환경 변화에 대한 충분한 이해를 바탕으로 10년, 20년 후의 현금흐름을 분석해야 한다. 준비금이 부족해 줄 돈이 없으면 금융회사로서 낭패가 아닐 수 없다. 과다한 준비금 적립 또한 보험사 기업가치 제고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저성장·저금리·고령화에 따라 보험 비즈니스의 지속 성장이 위협받고 있는 데다 국제회계기준(IFRS 17) 도입에 따른 부채 시가평가 및 신지급여력제도(K-ICS) 도입 등 보험 비즈니스 사업 환경이 급변하고 있다. 그만큼 보험계리사의 역할이 중요해지고 있다. 그런데 아들 건희도 액추어리의 꿈은 접은 듯하다.

장동한 < 건국대 국제무역학과 교수·아시아태평양보험학회 회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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