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이병헌 "할리우드급 스케일과 CG…재미있는 오락영화죠"

입력 2019-12-22 17:13   수정 2019-12-23 02:31

“재미있는 오락영화라는 점에 관객이 만족하는 듯합니다.”

‘연기의 신’ 이병헌이 22일 한국경제신문에 문자메시지로 보내온 영화 ‘백두산’의 초반 흥행 질주에 대한 소감이다. 이병헌이 주연한 ‘백두산’은 개봉 나흘째인 이날 관객 200만 명을 돌파했다. 총 제작비 300억원을 들인 이 영화는 지난 1000여 년간 31번 분화했던 백두산의 마지막 화산 대폭발을 막기 위해 한국 특수 요원들이 사투를 벌이는 이야기다. CJ ENM이 배급하고 ‘신과 함께’ 시리즈를 만든 덱스터스튜디오가 제작했다.

이병헌은 남한 스파이 활동을 하다가 발각돼 지하 감옥에 갇힌 북한 무력부 소속 비밀 요원 리준평 역을 맡았다. 리준평은 남한에서 온 폭발물처리반(EOD) 대위 조인창(하정우 분)과 함께 백두산 폭발을 막는 작전에 동행한다. 개봉 당일(19일) 서울 소격동 한 카페에서 이병헌을 만났다. 그는 이 자리에서도 “‘백두산’은 상업적인 오락영화”라며 “재미가 제일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스케일이나 컴퓨터그래픽(CG) 면에서 ‘할리우드급’이라는 수식어를 붙이지 않아도 될 만한 작품입니다. 후반 작업 일정이 촉박해 아쉬운 점도 있지만 CG기술은 분명 할리우드와 맞먹을 정도입니다.”

백두산 화산 폭발과 대지진으로 서울 강남대로 빌딩의 통유리창이 박살 나고 도로가 순식간에 가라앉는다. 북한 현수교가 차량들을 삼키는 등 실감 나는 재난 장면들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할리우드에서는 촬영 전 장면들을 미리 CG로 만들어 보여줍니다. 이번 영화에서도 감독이 촬영 전에 CG로 작업한 장면을 미리 보여주더군요. 액션과 리액션의 강도를 정확히 알 수 있도록 말이죠.”

그는 시나리오의 완성도가 높다고 평가했다. “시나리오를 처음 봤을 때 너무 매끄러워서 오히려 매력이 덜 느껴졌어요. 전형적인 할리우드 영화를 보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거든요.”

이병헌은 익숙한 플롯의 작품에 압도적인 존재감과 개성적인 연기로 생명을 불어넣는다. 능청맞게 농담을 하다가도 순식간에 서늘한 눈빛으로 돌변한다. 뜨거운 부성애를 드러내기도 한다. 전라도 사투리를 썼다가 북한 말을 했다가 말투도 자유자재다. 그는 “리준평은 능청스러움과 냉철함을 오가는, 한마디로 종잡을 수 없는 캐릭터”라고 설명했다.

‘연기의 신’이란 별명이 붙은 그에게 연기란 무엇인지 물었다. “여전히 잘 모르겠어요. 내가 잘하고 있는지 늘 의문을 달고 살아요. 짧은 분량이어도 진심을 다했을 때는 종일 기분이 좋고, 흉내를 냈다고 생각한 날은 기분이 좋지 않습니다.”

이병헌은 할리우드 영화 ‘지.아이.조’ 1, 2편과 ‘레드: 더 레전드’, ‘터미네이터 제니시스’, ‘매그니피센트7’ 등에 출연했다. “지금도 할리우드로부터 출연 제안이 많이 들어와요. 하지만 한국과 촬영 스케줄이 잘 맞지 않아요. 앞으로 2년간은 국내 작품에만 전념할 예정입니다.”

그는 다음달 개봉하는 영화 ‘남산의 부장들’(우민호 감독)에서 중앙정보부장 역을 맡았다. “두 영화가 이렇게 가까이 붙어서 개봉할 줄은 몰랐어요. 관객들이 배신감을 느낄 수도 있을 거 같아요. 하지만 두 영화의 캐릭터는 전혀 다르니 잘 봐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유재혁 대중문화전문기자 yooj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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