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장애인 소셜 벤처기업과 협력하고 싶습니다."
한국국제협력단(코이카)의 공식 초청으로 최근 한국을 찾은 응우옌 티 반 이미지터 대표(32)는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이 같이 말했다. 그는 "최근 베트남 기업들은 한국 기업들과 교류가 늘고 있다. 한국은 IT 강국인 만큼 저희와 함께 할 부분이 많다고 생각한다"며 이 같이 말했다. 이미지터는 올해 코이카의 우수 파트너로 꼽혔다. 해외 파트너로선 유일했다. 코이카로부터 투자받은 베트남 기업 7곳 중 투자 규모는 가장 크다. 코이카 관계자는 "사업 초기 대비 임직원 규모가 6배 늘었고 매출 규모가 31배 신장하는 등의 성과를 거둔 점을 높이 평가했다"며 "코이카는 이미지터에 8만달러(약 1억원)의 재정적 지원뿐만 아니라 기업경영, 재무, 회계, 마케팅 등 전반적인 비즈니스 컨설팅 등을 지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미지터는 베트남에서 가장 주목받는 소셜 벤처기업 중 하나다. 대표를 포함해 직원 절반이 장애인이다. 주요 제공 서비스는 이미지·사진·영상 편집 아웃소싱이다. 예컨대 부동산 사이트에서 건물 내외관을 보여주는 짧은 영상들을 만드는 것이다. 응우옌 대표는 "이미지터의 강점은 높은 품질 유지하면서 12시간 내에 제작된 영상을 보내주는 것"이라며 "직원 중 장애인 비율이 높다 보니 타사에 비해 이직률이 낮아 이들 교육에 집중 투자할 수 있다면 직원들의 숙련도를 높였다"고 설명했다.
응우옌 대표는 뇌병변을 앓고 있다. 사고나 인지 능력 면에서는 일반인과 다를 바 없지만 거동이 불편하다. 몸이 불편한만큼 학구열은 강했다. 응우옌 대표는 "특히 컴퓨터를 배우고 싶어했다"며 "동네에 계신 신부님 집에 컴퓨터가 있었는데 어렸을 때부터 컴퓨터를 배워보려 열심히 찾아갔다"고 말했다. 부모님의 뒷바라지도 응우옌 대표가 컴퓨터를 공부할 수 있었던 배경 중 하나다. 응우옌 대표는 "컴퓨터를 갖고 싶다고 졸랐더니 부모님이 결혼 반지를 팔아 컴퓨터를 마련해줬다"며 "덕분에 다른 사람들보다 더 빨리 온라인을 기반으로 한 사업을 꿈꿀 수 있었다"고 했다.
응우옌 대표가 2016년 이미지터를 창업한 건 장애인들의 자립을 위한 사회적 기업을 만들기 위해서였다. 그는 "장애인들의 사회 진출을 돕는 곳에서 이들을 교육하는 일은 했지만 이들과 함께 일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드는 건 어려웠다"며 "어렸을 때부터 컴퓨터 교육을 받아 스스로 자립할 수 있었던 경험을 살려 다른 장애인들 스스로가 자립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미지터의 매출은 올해 1~10월 기준으로 52만8739달러(약 6억1400만원)가량이다. 13명이었던 직원은 현재 82명까지 늘었다. 이미지터는 2017년 싱가포르개발은행(DBS) 재단과 싱가포르 국립대(NUS)가 공동주최한 사회적기업 혁신대회인 '싱가포르 NUS-DBS 사회적기업 발굴 콘테스트'에서 확장 가능하며 지속가능한 사회적 가치 창출이 기대되는 팀으로 평가받아 디지털, 교육, 엔터프라이즈 등 3개 분야에서 수상했다. 같은 해 사회적 가치 기여도를 평가하는 'UN 지속가능상' 등도 받았다.
응우옌 대표는 "베트남에는 800여만명의 장애인들이 있지만 정부에서 매달 지원받는 25달러로는 생계를 유지하지 못해 거리에 나가 구걸로 연명하는 이들이 적잖다"며 "이들도 직업을 가져 자립할 수 있도록 이미지터의 사업을 확장해나가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임락근 기자 rkl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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