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차기회장 노준형·임헌문·구현모 '3파전' 압축…외부·OB·현직 1명씩

입력 2019-12-20 12:17   수정 2019-12-20 12:18


KT 차기 회장을 가리는 '왕좌의 게임'이 3파전으로 압축되는 모양새다. 전·현직 KT맨과 외부 출신 후보자의 치열한 경합이 펼쳐진 가운데 회장 선임의 투명성·공정성을 강조한 KT가 어떤 선택을 내릴지에 이목이 쏠린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KT 이사회는 오는 26일 KT 회장후보심사위가 추천한 후보자 최종면접을 진행한다. 이사회를 거쳐 연내 차기 회장 후보자를 최종 결정할 계획이다.

당초 37명에 달했던 회장 후보군은 지난 12일 지배구조위원회 선택에 따라 9인으로 좁혀졌다. 이들 9명 중에서도 최종 후보군은 크게 3파전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

KT 내외부에서는 회장후보심사위가 △외부 인사 △KT 출신 올드보이(OB) △KT 현직에서 각각 한 명씩 추려 이사회에 올릴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외부 인사로는 노준형 전 정보통신부 장관, OB 진영에선 임헌문 전 KT 매스총괄사장, 현직으로는 구현모 KT 커스터머&미디어부문장(사장)이 유력 후보군으로 거론된다.

노준형 전 장관은 면접 대상자 9명 중 8명이 전현직 KT맨으로 채워지는 가운데 외부 인사로는 유일하게 후보에 올랐다. 노무현 정권 시절 정통부 장관을 역임하며 초고속 정보통신망 도입을 비롯해 참여정부의 'IT 839(8대 신규서비스, 3대 인프라, 9대 신성장동력) 정책'을 이끌었던 장본인이다. 정보통신기술(ICT) 산업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게 강점으로 꼽힌다.

후보군 가운데 유일한 관료 출신으로 유료방송 합산규제, 인터넷전문은행 케이뱅크 대주주 전환 등 정부 규제로 속앓이 중인 KT에 힘을 실어줄 인물로도 기대를 모은다.


KT는 지난해 말부터 케이블TV 업계 3위 딜라이브 인수를 추진했지만 유료방송 합산규제 벽에 막혀 인수를 잠정 연기한 상태다. 금융당국의 케이뱅크 대주주 적격성 심사에서도 번번이 탈락해 자본 확충에 난항을 겪고 있다.

이러한 점에선 친여권 인사로 꼽히는 노 전 장관의 입지가 유리해보인다. 다만 '낙하산 인사' 논란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점은 한계. 기업경영 경험이 부족한 것 또한 약점으로 꼽힌다.

임헌문 전 사장은 KT에 30년 이상 몸담은 정통 KT맨이다. 영업과 마케팅에 경쟁력을 지닌 인물로 KT 대표 브랜드이자 미래 성장동력인 인공지능(AI) 서비스 '기가지니'를 기획하고 상품화했다. AI 전문기업으로 도약을 선언한 KT에 적합한 인사라는 평이 따른다.

전직 KT맨으로 여전히 따르는 임직원들이 많고, KT 노조와도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KT에 산적한 대외 이슈를 소화하기에는 다소 어려움이 따를 것이란 관측도 있다.

구현모 사장은 현직 인사로는 가장 유력한 후보다. 1987년 KT에 입사해 사장직까지 올랐다. 현재 유무선 사업 개인고객을 담당하는 커스터머 조직을 이끌고 있다. 인터넷TV(IPTV)와 함께 가상현실(AR)·증강현실(VR) 관련 사업을 진두지휘 중이다.


KT 내에서는 내부 출신 인사의 회장 선출을 기대하는 만큼 임 전 사장과 함께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단 황창규 회장의 최측근으로 황 회장의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에 연루돼 수사가 진행 중이란 점은 아킬레스건으로 작용할 수 있다.

KT 노조는 외부 인사의 회장 선임을 반대하고 있다. KT 경영의 연속성을 이끌어 갈 수 있는 정보통신기술(ICT)에 전문성을 갖춘 인재가 기용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KT 노조는 최근 발표한 입장문에서 "KT가 주인 없는 회사로 최고경영진이 교체될 때마다 사업방향과 경영기조가 바뀌었다. 외부 지원으로 선임된 최고경영자(CEO)는 KT 발전보다는 이해관계에 얽매여 외부 요구에 충실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납득할 수 없는 인물이 회장으로 선임될 경우 한국노총, 시민사회단체와도 힘을 모아 결연히 투쟁하겠다"고 했다.

KT 이사회는 연내 최종후보 1명을 선정해 내년 3월 정기 주주총회에서 공식 선임한다. 통상 11월 전후 시행됐던 KT 정기 임원인사는 차기 회장 최종 후보자가 결정된 이후인 내년 1월 중 실시될 것으로 예상된다.

김은지 한경닷컴 기자 eunin11@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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