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민족 강조하더니 독일에 넘어간 '배달의 민족'…DH 서비스 얼마나 발달했길래

입력 2019-12-22 08:46  

배달의 민족(이하 배민)이 독일의 딜리버리 히어로(이하 DH)에 인수됐다는 기사가 나오자 사람들은 탄식을 금치 못했다. 이유는 두 가지다. 첫 번째는 딜리버리 히어로가 이미 요기요, 배달통을 소유하고 있어 독과점을 우려했기 때문이다. 두 번째 이유는 '우리' 기업이 '독일' 기업에 먹혔다는 것에 대한 충격이었다.

배민은 특히 '민족' 마케팅을 시행해왔다. 배민의 한 광고영상에는 "배달로 나라를 구한 민족. 사시사철 천지사방 불철주야. 우리가 어떤민족 입니까. 배달의 민족"이라는 멘트도 등장한다. DH가 배민을 인수하자 '게르만의 민족'이라는 조롱 섞인 표현이 나온 이유다.

실제로 음식을 배달시켜 먹는 문화는 우리 민족만의 문화가 아니었다. 한국의 배달 플랫폼 업체를 삼킬 정도로 외국의 배달 플랫폼 역시 크게 발달해있다.

DH가 사업에 진출한 국가만 봐도 배달은 우리만의 문화가 아님이 극명하게 드러난다. 현재 DH는 아랍에미리트(UAE), 바레인, 카타르 사우디아라비아에서도 사업을 벌이고 있다. 이들 나라에서도 음식 배달 서비스가 이루어지고 있다는 얘기다.

아시아 여행을 즐기는 사람이라면 DH의 사업이 얼마나 크게 확장되어 있는지 쉽게 알 수 있다. DH는 2016년 '푸드판다(Food Panda)' 브랜드를 인수해 태국, 대만,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필리핀 등에서 음식 배달 플랫폼 사업을 하고 있다. 이 지역에서 '푸드판다'는 푸드 딜리버리 플랫폼 점유율 1위다.

하지만 DH는 자국인 독일에서는 2018년 12월 음식 배달 플랫폼 리퍼헬트(Lieferheld)를 네덜란드 기업 테이크어웨이(Takeaway)에 매각했다. 현재 독일에서는 테이크어웨이가 운영하고 있는 리퍼란도(Lieferando)가 음식 배달 플랫폼 최강자 자리를 지키고 있다.

네덜란드 기업이 주름 잡고 있는 DH의 고향 독일에서 음식 배달 서비스는 얼마나 발달해있을까.


리퍼란도 앱에는 이탈리안, 아메리칸, 멕시칸, 중식, 그리스식, 인디언 음식 등 다양한 메뉴 카테고리가 있다. 한국의 음식 배달 앱보다 훨씬 상세하다. 독일의 수도인 베를린을 기준으로 음식점 리스트는 총 273곳이며, 채식주의자, 할랄, 글루틴프리를 위한 음식점도 따로 분류되어 있다. 가게 리스트가 두 개 밖에 안 나오기는 하지만 한국 음식 카테고리도 있다. 이외에도 함부르크, 뮌헨, 쾰른, 프랑크푸르트 등 독일 내 대형도시는 물론 드레스덴, 라이프치히, 슈투트가르트 등 중형도시에서도 배달 서비스가 제공되고 있다.

독일에서 교환학생으로 생활 중인 황미희 씨(21)는 "외국 나가면 배달음식은 못 먹겠구나 생각했는데 독일에서도 어렵지 않게 음식을 시켜먹을 수 있다"면서 "얼마 이상 주문을 해야 한다거나, 많이 주문하면 배송을 무료로 해주는 것은 한국과 시스템이 비슷하다"고 말했다.

한국 음식 배달 서비스와 크게 다른 점도 있다. 독일에서는 자전거로 음식을 배달해 시간이 훨씬 오래 걸린다는 점이다. 한국에서는 빠르면 10분 만에 오는 곳도 있지만 독일은 빨라도 40분은 걸린다는 것이다. 황 씨는 "한국에서의 배달 속도를 기대해서는 안 된다"라면서 "배가 고프기 전에 시키면 딱 배가 고플 때쯤 음식을 먹을 수 있다"고 말했다.

결제수단에서도 눈에 띄는 것이 있다. 리퍼란도에서는 가상화폐인 비트코인으로도 결제할 수 있다. 리퍼란도는 2017년 7월 비트코인을 결제 수단 중 하나로 도입했는데, 이는 업계 최초로 도입한 것이었다. 가격은 지불 시점의 비트코인 및 유로화 환율을 기준으로 정해진다.

이미경 한경닷컴 기자 capita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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