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리스터 웰란 재규어 인테리어 디자인 총괄디렉터(43·사진)는 최근 기자와 만나 이렇게 말했다. 자동차업계에 전기 구동화, 자율주행 등 변화의 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지만 디자인의 중요성은 변치 않는다는 얘기다. 오히려 수많은 자동차 업체 사이에서 디자인이 브랜드를 차별화할 요소로 작용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웰란 총괄은 1998년 아우디에서 자동차 디자인을 시작했다. 2000년 재규어로 옮겨 20년 넘게 디자인 외길을 걷고 있다. 현재 재규어의 모든 차량 인테리어를 책임진다. 그는 “120년 자동차 역사가 리셋(재시작)되는 느낌이 들 정도로 판이 바뀌고 있다”며 “디자이너들은 더욱 심플하면서도 편안한 차를 만들기 위해 머리를 싸매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84년간 이어진 재규어의 DNA(유전자)를 계승해 미래 차를 디자인하겠다는 구상이다. 웰란 총괄은 혁신·아름다움·퍼포먼스·럭셔리 등 네 가지를 재규어의 디자인 특징으로 꼽았다. 그는 재규어 디자인의 힘은 수평적이고 소통이 자유로운 조직문화에서 나온다고 했다. 웰란 총괄은 “매일 젊은 디자이너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많은 영감을 받고 있다”며 “국적, 성별, 나이 연차 상관없이 포용적인 문화를 유지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팀과 팀 사이의 물리적인 벽도 허물었다. 지난 10월 문을 연 영국의 재규어 디자인 스튜디오 얘기다. 예전에는 외관 디자인, 컬러, 소재, 인테리어 등 각 팀이 다른 건물에서 근무했는데 이를 한 군데로 통합했다. 팀과 팀 사이 거리가 10m도 되지 않아 협업이 크게 강화됐다고 그는 설명했다.
웰란 총괄은 한국 완성차 업체의 디자인에도 큰 관심을 두고 있다고 강조했다. 웰란 총괄은 “현대·기아자동차의 디자인은 빠르게 진화하고 있다”며 “다른 자동차 브랜드의 디자인을 그대로 도입하는 게 아니라 화려하고 멋스럽게 재해석해 적용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박상용 기자 yourpenci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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