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수학능력시험 감독관이 고사장에 있던 수험생의 개인정보를 확인해 "마음에 든다"고 연락했다가 재판에 넘겨졌으나 무죄를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피고인의 행위가 부적절하다는 점에는 의문의 여지가 없다"면서도 "그런 사정만으로 처벌 규정을 적용할 수는 없다"고 밝혔다.
20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15단독 안재천 판사는 개인정보 보호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교사 A씨(31)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A씨는 2018년 11월 15일 서울 강동구의 한 대학수학능력시험 고사장에서 시험 감독을 했다.
그는 이 과정에서 피해자 B양의 응시원서와 수험표를 대조해 연락처를 확보했다. 응시원서에 이름과 주민등록번호, 연락처 등이 적혀 있기 때문이다. 열흘 뒤 A씨는 B양의 전화번호를 이용해 카카오톡 친구로 추가한 뒤 "맘에 든다"는 등 메시지를 발송했다.
이런 A씨의 행위에 대해 검찰은 '제공받은 개인정보를 목적 외로 사용한 것'이라고 보고 개인정보 보호법 위반 혐의를 적용해 기소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당시 A씨의 신분을 따져보면 이런 죄를 물을 수 없다고 판단했다.
개인정보 보호법은 '개인정보처리자'와 '개인정보처리자에 개인정보를 제공받은 자'가 일정 범위를 넘어 정보를 이용하지 못하도록 규정한다. 그런데 A씨의 경우 교육부나 서울시교육청이라는 '개인정보처리자'의 지휘를 받는 '개인정보 취급자'에 해당한다고 재판부는 판단했다.
현행법을 뜯어 보면, 개인정보 취급자의 경우는 부정한 방법으로 개인정보를 취득하거나 이를 누설·훼손하는 행위 등만 처벌할 수 있다고 재판부는 해석했다. A씨의 경우처럼 개인정보를 '이용'하는 행위에 대해서는 처벌 규정이 없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죄형법정주의의 원칙상 그런 사정만으로 처벌 규정을 적용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다만 A씨에 대한 징계권을 가진 서울시교육청은 다음 달 교원징계위원회에서 A씨 징계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공무원 징계는 국가가 '사용자'로서 하는 '행정상 제재'로 재판에서 무죄가 선고됐더라도 징계할 필요성이 있다고 판단하면 내릴 수 있다. 교육청은 지난해 A씨에 대한 민원을 접수하고 감사를 벌인 뒤 징계를 추진했으나 A씨가 1심 선고 후 징계위를 열어달라고 요구해 징계위 회부를 미뤄왔다.
A씨는 현재 서울 한 고등학교에서 정상적으로 일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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