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전기를 든 비밀요원이 등장하는 영화에서 종종 나오는 대사다. 소수의 비밀요원만 쓸 거라는 편견과 달리 무전기는 꽤 널리 쓰인다. 신호를 기다리지 않고도 바로 통화 가능하고 여러 사람과 동시에 대화할 수 있다는 장점 때문이다.
무전기는 제2차 세계대전에서 군용으로 처음 사용됐다. 1975년 ‘국제전자’가 최초의 국산 무전기를 개발하면서 국내 무전 시장이 생활·업무용 등으로 확장하기 시작했다. 스마트폰이 보편화된 지금도 국내 무전기 시장 규모는 약 100만대에 달한다.
전체 무전 시장의 79%를 차지하는 것은 ‘컨벤셔널 무전기’다. 통신사업자 없이 무전기끼리 직접 통화하는 방식이다. 소규모 병원과 레스토랑 등에서 사용하는 생활용 무전기, 건설 현장과 물류회사 등에서 볼 수 있는 업무용 무전기가 여기에 해당한다.
기간통신사업자가 설치한 기지국과 무전 교환기를 통해 송·수신하는 무전기는 ‘TRS(주파수공용통신) 무전기’다. 저렴한 비용으로 1 대 1 통화부터 그룹 통화까지 가입자가 원하는 통신방법을 선택할 수 있다. 국내에서는 800(메가헤르츠) 대역, 300 대역 등 TRS용 주파수가 정해져 있다. 일정한 주파수만 이용해야 해서 외부와는 통화가 불가능하다.
이런 한계를 극복한 것이 ‘LTE(롱텀에볼루션) 무전기’다. 4세대 이동통신 서비스인 LTE 네트워크망을 활용해 전국의 무전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통화거리에도 제한이 없다. KT파워텔이 개발한 ‘라져(RADGER·사진)’가 대표적이다. 안드로이드를 기반으로 제작된 이 무전기는 스마트폰처럼 음성·영상 무전을 비롯해 메시지, 사진 전송도 가능하다. 기존에 사용하던 업무용 앱도 설치할 수 있어 해양경찰과 소방재난본부 등 공공분야에서 호텔·서비스업, 제조·건설업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된다.
최한종 기자onebel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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