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하산 vs 내부인사' 오리무중 차기 기업은행장

입력 2019-12-23 10:20   수정 2019-12-23 10:27


차기 IBK기업은행장 임명이 초읽기에 돌입했다. 오는 27일로 임기가 끝나는 김도진 기업은행장을 대신할 인물로 전·현직 관료와 기업은행 내부 출신이 거론되고 있다. 관료 출신으로는 반장식 전 청와대 일자리수석비서관이, 내부 출신으로는 임상현 기업은행 수석부행장(전무)이 유력하게 꼽힌다.

23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청와대가 김도진 은행장의 후임으로 반장식 전 일자리수석비서관을 내정했지만 발표를 앞두고 고민에 빠진 것으로 알려졌다.

반 전 수석을 임명할 경우 전문성 있는 내부 출신 인사가 아닌 전·현직 관료 출신 낙하산 행장을 임명한다는 비판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기업은행은 2010년 조준희 전 행장 이후 세 번 연속 내부 출신 최고경영자 전통을 세우면서 큰 폭의 성장을 거뒀다.

국책은행인 기업은행은 은행장을 선임할 때 금융위원회의 제청을 거쳐 대통령이 임명한다. 금융위원장이 추천하면 청와대 민정수석실이 인사 검증을 거쳐 대통령이 최종 선임하는 것이다. 금융권에서는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지난달 복수의 후보를 제청했고, 청와대가 검증 절차를 통해 반 전 수석을 내정한 것으로 보고 있다.

경북 상주 출신인 반 전 수석은 옛 경제기획원(EPB) 출신의 정통 예산관료다. 행정고시 21회로 공직에 입문해 재정경제원 지역경제과장, 기획예산처 사회재정심의관 등을 지냈다. 반 전 수석은 노무현 정부 당시 청와대 정책실장을 지낸 '변양균 라인'으로 분류된다. 이 때문에 변양균 라인이 분포한 문재인 정부 경제팀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내부 인사인 임상현 전무가 유력한 대안으로 거론되고 있다. 충남 부여 출신인 임 전무는 서대전고와 충남대 경영학과를 졸업해 1982년 기업은행에 입행했다. 이후 뉴욕지점장, 경영전략그룹장, 경영지원그룹장 등을 거친 전략통으로 두터운 신임을 받고 있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임 전무 말하는 것보다 듣는 것을 좋아하는 어른 같은 분"이라고 평가했다.

한편 기업은행 노조는 낙하산 인사를 반대하는 1인 시위를 시작으로 출근길 집회 등에 나섰다. 김 행장의 임기가 끝나는 27일에는 광화문에서 조합원 5000여 명이 참석하는 대규모 반대 집회를 준비 중이다.

김형선 기업은행 노조위원장은 "청와대 인사 검증을 거친 인물로는 반 전 수석이 유일한 것으로 확인됐다"면서 "노조를 비롯한 반발의 목소리가 커지니 발표가 미뤄지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반 전 수석을 포함한 함량 미달 낙하산 인사를 임명할 경우 총파업, 출근 저지 투쟁은 물론이고 내년 총선까지 여당과 문재인 정부를 반드시 심판할 것"이라며 "반 전 수석 임명이 철회된 경우라면 당분간 대행 체제를 유지하면서 다른 인물에 대한 인사 검증이 진행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윤진우 한경닷컴 기자 jiinw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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