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부터 이어지고 있는 삼성·LG 국내 양대 가전사의 '8K TV 화질' 전쟁이 보름여 앞으로 다가온 세계 최대 IT(정보기술)·가전 박람회 'CES 2020'에서 결판 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신제품을 출시해 본격 개화하는 글로벌 8K TV 시장을 선점할 계획인 양사는 이번 CES에서 그동안 벌여온 '8K 화질 논란'에 대해서도 입을 열 것으로 예상된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LG전자는 내년 1월7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개막하는 CES 2020에서 8K TV 신제품을 선보일 예정. 매년 초 열리는 CES는 한 해 IT 트렌드와 기업들의 새로운 먹거리를 미리 엿볼 수 있는 행사다.
특히 삼성전자와 LG전자가 3개월째 'TV 전쟁'을 벌이고 있는 만큼 전 세계가 주목하는 CES에서 어떤 '결론'을 내놓을지에 이목이 쏠린다.
우선 삼성전자는 미국 소비자기술협회(CTA)의 '8K UHD' 인증을 받기 위해 화질선명도(CM) 값을 모두 50% 이상으로 상향시킨 신제품을 선보일 것으로 알려졌다.
LG전자가 "삼성 QLED 8K 제품의 CM 값이 12%에 불과해 진정한 8K 화질이라 할 수 없다"고 공격해온 데 대한 대응인 셈. 미 CTA의 8K 기준 값은 50% 이상이다.
8K TV의 최대 시장으로 꼽히는 북미 시장에서 CTA의 인증은 영향력이 크다. 미 최대 유통사 베스트바이 역시 이 기준을 준용해 매장에 TV를 진열한다. CTA 인증을 받지 못하면 삼성은 베스트바이 8K TV 매대에 자사 제품을 진열하지 못할 수 있다는 얘기다.
때문에 삼성전자는 이번 CES에서 CM 값을 끌어올린 제품을 내놓고 내년 본적 판매에 나선다는 복안이다. 삼성전자는 고가 제품뿐 아니라 중저가 모델에도 8K 화질을 적용할 것으로 전해졌다.
세계 TV 판매 1위 업체인 삼성전자가 CM 값을 상향한 제품을 내놓는다면 그동안 논란이 됐던 8K TV의 화질 기준도 일단락될 가능성이 높다.
그간 삼성전자는 "1920년대에 나온 개념인 CM 값은 흑백 TV 해상도 평가 때나 사용하던 것이다. 8K 같은 초고해상도 디스플레이를 평가할 때는 적합하지 않다"고 대응해왔지만, 이번 조치를 통해 논란의 여지를 없애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이에 맞서 이미 8K 인증을 획득한 LG전자는 CES에서 모든 8K TV에 CTA의 8K UHD 인증 로고를 받겠다는 생각이다. 또 70인치 이상 초대형 위주로 8K TV 라인업을 짜 CES를 찾는 소비자들의 이목을 사로잡을 계획이다.
우리나라뿐 아니라 일본 소니, 중국 TCL·하이센스 등도 8K TV를 선보이며 시장 주도권을 놓고 치열한 경쟁이 벌어진다.
일본은 내년 도쿄올림픽을 고화질 TV 시장 확대의 기회로 보고 있다. 도쿄올림픽은 세계 최초로 8K 화질로 중계된다. 이에 소니는 올해 8K 액정표시장치(LCD) TV인 브라비아 마스터 시리즈를 내놨다. 샤프, 파나소닉 등도 8K TV 라인업 확대를 준비하고 있다.
중국 업체들은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를 앞세워 8K TV 시장을 공략한다.
중국 업체 중 8K에 가장 앞서고 있는 곳은 TCL이다. 올해 가장 먼저 8K QLED TV를 출시했다. 내년에는 하이센스가 8K TV 출시를 예고했다. 여기에 화웨이도 LG디스플레이로부터 OLED TV 패널을 납품 받아 8K TV 양산 테스트에 들어갔다.
시장조사전문기관 IHS마킷에 따르면 글로벌 8K TV 시장 규모는 올해 16만6700대에서 오는 2023년 303만9600대까지 성장할 전망이다.
노정동 한경닷컴 기자 dong2@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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