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문 대통령 출국한 날 조국 구속영장 청구…이철희·장영자 잇는 부부 구속 사례 될까

입력 2019-12-23 13:47   수정 2019-12-23 14:58



뇌물 수수 혐의 등으로 구속수감된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55)의 감찰 무마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조국 전 법무부 장관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서울동부지검 형사6부(부장검사 이정섭)는 23일 오전 10시30분쯤 조 전 장관의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에 대한 사전 구속영장을 청구했다고 밝혔다.

공교롭게도 문재인 대통령이 한중일 정상회의 참석차 중국 베이징으로 출국한 날이다.

조 전 장관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은 크리스마스 다음날인 26일 오전 10시30분에 진행될 예정이다. 영장은 권덕진 서울동부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가 담당하며, 구속 여부는 같은날 오후 늦게 나올 전망이다.

조 전 장관이 구속될 경우 앞서 구속기소된 정경심 동양대 교수와 함께 구속되는 터라 이례적인 부부 동반 구속이 될 수도 있다.

앞서 검찰은 조 전 장관을 피의자 신분으로 16일과 18일, 2차에 걸쳐서 소환 조사했다. 조 전 장관은 앞서 정 교수와 함께 연루됐다는 의혹을 받는 사모펀드 등에 대해서는 묵비권으로 일관했으나 직권남용 관련해서는 적극적으로 방어했다.

조 전 장관은 "당시 조처에 대한 정무적 최종 책임은 자신에게 있다"고 검찰에 진술한 것으로 확인됐다. 감찰 종료에 외압이나 윗선이 없었다는 취지다.

검찰은 유 전 부시장이 금융위원회 재직시절 자신에 대한 감찰이 시작되자 천경득 청와대 대통령 총무비서관실 선임행정관 등에게 구명을 부탁했다는 정황을 포착하고 이에 대한 조사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천 선임행정관 등이 백원우 전 비서관을 통해 당시 민정수석이던 조 전 장관에게 유 전 부시장에 대한 구명 요청을 했을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청와대내 해당 보고라인은 '특감반원→이인걸 전 특감반장→박형철 전 반부패비서관→조 전 민정수석'으로 이어진다. 앞서 박 전 비서관은 검찰 조사에서 "조 전 장관이 주변에서 전화가 너무 많이 온다고 말하며 감찰 중단을 지시했다"면서 조 전 장관이 실질적으로 감찰 종료를 결정한 것이라는 취지 진술을 한 것으로 알려진 바 있다. 이는 앞서 조 전 장관이 언급한 '정무적 최종 책임'과도 맞닿는다.

검찰은 조 전 장관 혐의를 파악하기 위해 최근 천 선임행정관과 윤건영 청와대 국정기획상황실장, 김경수 경남지사도 참고인으로 조사했다.

조 전 장관은 정무수석 재직 당시인 2018년 12월 31일 국회 운영위원회에 출석해 "(유 전 부시장) 비위 첩보가 저희에게 접수됐고, 조사 결과 첩보 자체에 대해서는 근거가 약하다고 봤으며, 첩보와 관계없는 사적인 문제가 나왔다. 직무와 무관한 사생활이다"라고 치부한 바 있다.

조 전 장관의 구속 가능성에 대해서는 관측이 분분하다.

정 교수가 지난 10월 24일 구속됐는데 부부를 모두 구속한다는 것은 재판부로서도 부담이 따르는 일이다.

대형사건에서 부부가 모두 구속되는 일은 드물다. 1982년 거액의 어음사기사건으로 동시 구속된 이철희·장영자 부부 정도가 거론된다.

하지만 조 전 장관과 정 교수의 구속영장 청구 혐의가 각기 다르기 때문에 조 전 장관도 구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

승재현 형사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부부가 같은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될 경우 하나의 사건에 두 사람이 공모관계 있을 때 자녀 교육이라든지 생계유지 등을 고려하는 경우다"라고 말했다.

이철희 장영자 사건과 비교하기 위해서는 조 전 장관과 정 교수 범죄혐의 관련해서 공범으로 적시하면서 구속영장을 청구할 때 비교할 수 있다는 것이다.

승 연구위원은 "조 전 장관 구속영장의 죄명은 직권남용으로 정 교수 사건과는 전혀 다른 별개의 사건이다"라며 "부부지간 동시 불구속 전례는 같은 사건에서 부부가 공동정범으로 판단될 때 가족의 부양 공동체 해체를 방지하기 위한 법원의 온정주의적 배려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구속영장이 발부되기 위해서는 범죄소명의 상당성과 구속의 필요성의 소명되어야 한다"면서 "범죄소명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적법하게 감찰을 종료했는지 아니면 위법하게 감찰을 중단했는지가 관건이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여기에는 감찰 주무부서인 박형철 비서관이 검찰에서 한 진술, 조국 전 장관이 감찰 중단을 시켰다는 정황증거를 검찰이 얼마나 잘 소명하는지에 달려있다"면서 "구속의 필요성과 관련해서는 조국 전 수석이 유재수 사건에 대한 검찰 진술을 통해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다는 점을 검찰이 소명할 때 법원이 이에 따라 구속영장 발부 여부를 결정할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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