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대로 말하라' 촬영 중 스태프 8명 부상…"재발 방지할 것"vs"대책, 처리 내용 부실"

입력 2019-12-23 17:25   수정 2019-12-23 17:27



'본 대로 말하라' 촬영 중 스태프 8명이 부상을 당하는 사고가 발생하면서 제작사 측과 방송노동단체들의 갈등이 다시 한 번 드러났다.

23일 OCN 새 드라마 '본 대로 말하라' 스태프들이 지난 11월 29일 오전 11시께 인천시 영종도 인근 도로에서 자동차 추격 장면을 촬영하던 중 사고가 발생해 부상을 입은 사실이 드러났다. 슈팅카(촬영을 위해 특수제작된 차량)에 타고 있던 스태프 8명이 사고로 차량 밖으로 떨어져나와 다쳤고, 이 중 1명은 척추가 골절되는 큰 부상을 입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전국언론노동조합과 희망연대노조 방송스태프지부, (사)한빛미디어노동인권센터(이하 방송노동 3단체)는 이날 서울시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안전 대책을 촉구했다.

오정훈 언론노조 위원장은 "2년전 tvN '화유기' 촬영장에서 중대한 사고가 발생했고 사고가 발생한지 1주일 후에 기자회견을 한 바 있다"며 "2년 후 이렇게 똑같은 대책을 요구한다는 것 자체가 민망하기도 하다"고 '본 대로 말하라' 사고에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이어 "(CJ ENM 측과 제작사의) 안전 방지 대책이나 사후 처리에 대한 내용도 부실하다"며 "고용노동부는 방송제작현장에서 가이드라인이 지켜지고 있는지 정기적으로 지도 점검을 진행해야 할 것"이라고 제안했다.

이용호 희망연대노조 방송스태프지부 조합원은 "이 사고로 인해서 부상자가 발생했으면 방송사나 제작사가 책임을 져야 함에도 불구하고 책임을 지지 않은 게 사실"이라며 "보험이 안 되어서 사고를 당해도 보험 처리를 받지 못하고 개인이나 소속된 회사에서 보험 처리를 받아왔다"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방송노조 3단체는 CJ ENM과 제작사인 스튜디오드래곤, 에이치하우스를 상대로 근로기준법 및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혐의로 서울지방고용노동청에 고발장 제출을 예고했다.

이에 스튜디오드래곤 측은 "안전사고 재발방지를 위해 야외촬영 안전관리 가이드라인을 수립하고 전체 현장 적용에 나섰다"며 "정착까지 다소 시간이 걸리겠지만 명확한 의지를 갖고 실천해 나갈 것"이라고 해명했다.

또한 "표준근로계약 도입과 관련한 업계 전반의 노력과 합의에 당사도 동참할 것을 수 차례 밝혀온 것처럼 앞으로도 드라마 산업이 보다 좋은 환경에서 성장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에이치하우스 역시 "피해자 가족 측과 합의를 마쳤고, 합의의 세부내용은 밝힐 수 없지만 우려하시는 것과 달리 산재보상 수준을 상회한다는 점을 말씀 드리며 향후에도 피해자 회복과 안정을 위해 노력하고 현장 안전관리에도 심혈을 기울일 것"이라고 전했다.

또 "피해자 측에서는 본인의 의지와 관계없이 이번 사고가 일방적으로 이슈화된 것에 대해 정신적으로 힘들어하고 있으며, 이번 사고와 관련 방송스태프지부 측에서 주장한 사항들에 대해 동의하는 입장도 아니다"며 "그렇기 때문에 당초 방송스태프지부 측에서 요청한 기자회견 출석과 보상 협의권한 위임을 거부하였으며, 대외적인 이슈화보다 재활치료에 집중해 하루 빨리 현장으로 복귀하려는 의지를 다지고 있다"면서 방송 노조 측의 의견에 반박했다.

또한 앞서 척추 부상을 당한 스태프의 치료 기간이 1년6개월로 알려진 부분에 대해서도 "이달 말 재활전문병원으로 옮길 예정이며 약 3개월의 재활기간 거쳐 퇴원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다음은 제작사 에이치하우스 입장 전문

'본 대로 말하라’ 제작사 에이치하우스에서 말씀 드립니다. 저희 촬영현장에서 발생한 불의의 사고로 심려를 끼쳐드린 모든 분들께 다시 한번 송구한 말씀을 전합니다.

당사는 아픔을 겪고 계신 피해자와 가족 분들의 안정과 회복을 최우선으로 하고 있으며 사고 이후 꾸준히 치료 경과 및 재활방안에 대해 논의해오고 있었습니다. 그 결과 지난 12월 22일 피해자, 가족 측과 직접 협의해온 내용을 바탕으로 최종 합의를 마쳤습니다.

합의의 세부내용은 밝힐 수 없지만 우려하시는 것과 달리 산재보상 수준을 상회한다는 점을 말씀 드리며 향후에도 피해자 회복과 안정을 위해 노력하고 현장 안전관리에도 심혈을 기울일 것입니다.

더불어 그 동안 피해자 측과 긴밀하게 협의를 지속해오며 이번 안전사고 이슈화로 인해 피해자가 불편해하는 부분을 알게 되어 사전 동의 하에 아래와 같이 말씀을 전합니다.

피해자 측에서는 본인의 의지와 관계없이 이번 사고가 일방적으로 이슈화된 것에 대해 정신적으로 힘들어하고 있으며, 이번 사고와 관련 방송스태프지부 측에서 주장한 사항들에 대해 동의하는 입장도 아닙니다. 그렇기 때문에 당초 방송스태프지부 측에서 요청한 기자회견 출석과 보상 협의권한 위임을 거부하였으며, 대외적인 이슈화보다 재활치료에 집중해 하루 빨리 현장으로 복귀하려는 의지를 다지고 있습니다.

당사는 피해자 본인의 의사를 존중하며 재활치료가 순조롭게 진행될 수 있도록 후속조치에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이번 사고와 관련 부정확하게 알려진 정보에 대해서는 아래와 같이 정정 드립니다.

- 1년 6개월 간 치료 필요 -> 수술 이후 경과 좋으며, 이달 말 재활전문병원으로 옮길 예정. 약 3개월의 재활기간 거쳐 퇴원 가능할 것으로 보임.

다음은 제작사 스튜디오 드래곤 입장 전문

당사는 본 안전사고의 위중함을 깊게 인식하고 있으며, 무엇보다 피해자의 안정과 회복을 최우선으로 하고 있습니다. 다행히 피해자 회복상태가 긍정적이고 합의도 원만하게 마무리되어 당사는 안전사고 재발방지에 최선의 노력을 기울이고자 합니다.

앞서 밝힌 바와 같이 안전사고 재발방지를 위해 야외촬영 안전관리 가이드라인을 수립하고 전체 현장 적용에 나섰습니다. 정착까지 다소 시간이 걸리겠지만 명확한 의지를 갖고 실천해 나가겠습니다.

더불어 당사의 제작환경 개선 노력과 관련해서 다음과 같이 입장을 밝힙니다.

당사가 지난해 주68시간 제작가이드라인을 발표한 것은 드라마 제작환경 개선을 위한 자발적이고 선도적인 노력의 일환이었고 그 자체로 위법한 내용을 담고 있지 않습니다. 개선의 과정이 지난하지만 시간의 흐름에 따라 제작환경이 서서히 나아져 왔고 앞으로 더 좋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또한 개별 사업자로서 자체적인 노력과 함께 당사는 드라마제작사협회를 통해 지상파 3사와 언론노조, 방송스태프지부가 논의 중인 4자 협의체에도 참여하고 있습니다. 표준근로계약 도입과 관련한 업계 전반의 노력과 합의에 당사도 동참할 것을 수 차례 밝혀온 것처럼 앞으로도 드라마 산업이 보다 좋은 환경에서 성장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습니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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