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 청와대 출신의 총선 출마가 줄을 잇고 있다. 예비후보 등록 첫날인 이날 하루에만 20여 명의 청와대 전 수석, 비서관, 행정관 등이 등록을 마쳤다. 지난 5월엔 현직 청와대 행정관 일곱 명이 총선에 나가겠다며 줄사표를 내기도 했다. 문 대통령의 ‘복심’으로 꼽히는 윤건영 청와대 국정기획상황실장의 출마도 기정사실화되는 분위기다.
여권에서는 청와대 출신 출마자가 줄잡아 70명이 넘을 것으로 보고 있다. 박근혜 정부 때 치러진 20대 총선에 출마한 청와대 출신 인사가 10명 정도였던 것과 대비된다.
정치권은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잇따른 현직 장·차관의 총선 차출과 맞물려 당장 ‘국정 공백’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문재인 정부는 작년 6월부터 최근까지 1년 반 동안 내년 총선을 겨냥한 개각과 청와대 교체 인사를 13차례 단행했다. 지난 19일 교체된 문미옥 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1차관과 노태강 전 문화체육관광부 2차관도 총선 출마를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야당은 공개적으로 비판하고 있다. 이창수 자유한국당 대변인은 23일 논평에서 “내년 총선에 나가겠다며 청와대를 박차고 나오는 참모진의 숫자가 100명도 더 될 태세”라며 “그들의 빈자리는 누가 채우나. 개인의 입신양명을 위해 국정 공백 따윈 아랑곳하지 않는 무책임한 사람들”이라고 날을 세웠다.
여당 내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최재성 민주당 의원은 지난달 한 인터뷰에서 청와대 출신들의 출마에 대해 “총선은 스스로 뼈를 깎고 역대급 세대교체를 해야 하는데 (청와대 출신이) 정치적인 특혜로 장애가 되면 안 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외부) 인재들이 출전할 수 있는 영토를 부분적으로 잠식하는 것이어서 자제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세대교체 기대를 높였던 민주당 현역 중진의원들의 불출마 선언도 퇴색하는 모양새다. 청와대 출신을 겨냥해 “왜 다들 출마 병이 들었는지 모르겠다”는 이야기가 나올 만하다. 지난달 정치 쇄신을 요구하며 불출마를 선언한 이철희 민주당 의원이 울분을 토하며 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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