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과 전망] '타다 금지법' 규제영향 분석해 재검토를

입력 2019-12-23 17:36   수정 2019-12-24 00:19

지난 6일, ‘타다 금지법’으로 불리는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개정안이 국회 상임위원회(국토교통위원회)를 통과했다. 법사위와 본회의 의결 절차만 남았는데, 찬반 논란이 가라앉기는커녕 가열되고 있다. 정부와 여당은 개정안이 타다 금지법이 아니라 ‘상생법’이라고 강변한다. 그러나 법안 내용을 보면 상생법이 아니라 ‘금지법’이 맞다.

개정안 취지는 늘 그렇듯 미사여구와 근거 없는 낙관으로 가득하다. 개정안은 대여 차량과 함께 운전자까지 알선하는 플랫폼 서비스를 제도권으로 끌어들여 규제하면 플랫폼 및 택시업계가 상생·공정 경쟁하게 되고, 기존 택시업계에서도 서비스 혁신이 이뤄지며, 국민에게는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고 한다.

과연 그럴까? 먼저 정부는 여객 수요, 택시 감차 계획 시행 추이 등을 고려해 여객자동차 플랫폼운송사업의 허가 여부는 물론 허가 대수까지 결정하겠다고 한다. 정원 11~15인승 승합자동차를 임차하는 경우, 관광 목적으로 대여 시간이 6시간 이상이거나 대여·반납 장소가 공항 또는 항만인 경우로 제한하겠다는 것이다. 이것이 과연 모빌리티업계의 상생·경쟁·혁신 원리에 부합하는가? 정보기술(IT) 발달로 사업자와 소비자를 편리하게 연결하는 플랫폼 사업이 확산되는 추세에서 개정안은 차량공유 사업 모델의 싹을 말리는 ‘갈라파고스 규제’가 되지 않을까.

찬성·반대 의견과는 별개로 타다 금지법은 원점에서 재고해야 할 이유가 많다. 첫째, ‘혁신성장’을 강조하는 현 정부 정책 좌표에 부합하지 않는다. 개정안을 반대하는 이들은 타다 금지법이 19세기 영국에서 자동차산업의 태동을 막았던 ‘붉은 깃발법’과 비슷하다고 한다. 타다 서비스는 마차를 대체하는 자동차에 비유할 만큼의 혁신은 아닐 것이다. 그러나 우리 사회가 이 정도의 혁신도 수용하지 못한다면 앞으로 벌어질 더 큰 폭의 ‘창조적 파괴’를 어찌 감당할 수 있을까.

둘째, 공익 극대화 원칙에 부합하지 않는다. 규제법령은 경제·사회 전반에 한편에는 비용을, 다른 한편에는 편익을 발생시킨다. 비용(역기능) 없이 편익(순기능)만 낳는 규제는 없다. 규제 입안자는 미리 비용과 편익을 객관적으로 측정·비교하고 순편익을 극대화하는 방안을 선택해야 한다. 개정안은 서비스 이용자인 국민의 편익을 고려하지 않았고, 택시 사업자와 플랫폼 사업자의 이해득실도 제대로 평가하지 않았다.

셋째, 현행 헌법의 비례 원칙 및 포괄위임입법금지 원칙에 반한다. 개정안은 허가받은 플랫폼 운송사업자는 택시 기사들의 근로 개선 등을 위해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여객자동차운송시장안정기여금’을 국토교통부 장관에게 납부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말이 기여금이지 사실상 세금과 같은 준조세를 내라는 것이 합당한지도 의문이다. 나아가 얼마를 내야 하는지, 기여금을 누가 어떤 용도로 어떤 절차에 따라 집행할 것인지를 법률에 정하지 않고 행정부에 포괄 위임한 것은 위헌 소지가 다분하다.

타다 금지법이 이대로 국회 본회의에서 가결되면 기존 이익집단에 포획된 진입 규제의 대표 사례로 두고두고 언급될 것이다. 법 개정에 관여한 20대 국회의원의 시대 역행, 현상 유지 편향도 더불어 거론될 것이다. 지금이라도 결론에 대한 예단 없이 규제 영향 분석을 통해 개정안을 다시 따져봐야 한다. 플랫폼 운송사업이 현행대로 진행될 경우의 경제·사회적 비용과 편익을 객관적으로 예측·분석하는 한편, 타다 금지법 같은 규제 방안 도입에 따른 영향을 분석한 뒤 규제 방향과 수위를 합리적으로 정하자는 얘기다.

정부 발의 법안과 달리 의원 발의 법안은 규제 영향 분석을 해야 할 법상 의무는 없다. 그러나 이번처럼 혁신 문제와 관련해 이해관계자들 간 갈등이 첨예한 사안은 의원 발의 법안이라고 해도 국회 스스로 비용·편익 분석과 규제 영향 분석을 자청해 더 나은 대안을 찾는 선도적인 노력을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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