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월가가 '1998년'을 돌아보는 이유

입력 2019-12-24 09:43   수정 2019-12-24 09:51


지난 13일 미·중 1단계 무역합의가 발표된 뒤 뉴욕 증시의 상승세가 거침없이 지속되고 있습니다.

밸류에이션 부담 때문에 하루 상승폭은 0.5% 안팎이지만, 별다른 조정 없이 계속 오르면서 3대 지수는 23일에도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습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는 지난 8거래일 연속으로 장중 사상 최고치 행진을 지속했고, 나스닥 지수는 9거래일 연속 기록을 갈아치웠습니다.

미·중 합의로 불확실성이 사라졌고, 이제 경기와 기업 실적 개선만이 남았다는 장밋빛 전망이 강해지고 있는 덕분입니다.

S&P500 지수는 올들어 28.61%나 올랐습니다.


전반적으로 분위기는 좋습니다. 하지만 월가 일부에서는 과열에 대한 경고가 조금씩 나오고 있습니다.

S&P500 지수옵션 시장의 풋/콜옵션 레이쇼, 즉 매일매일 콜옵션 대비 풋옵션이 얼마나 계약되고 있는 지 살펴보면 0.5 까지 떨어졌습니다. 지수 하락을 점치는 풋옵션 수요가 상승을 예상하는 콜옵션의 절반에 불과하다는 뜻입니다. 이를 7일 이동평균으로 따져보면 지난 5년래 최저수준입니다.

또 CNN머니가 산출하고 탐욕지수(Fear & Greed Index)는 91로 극도의 탐욕을 나타내는 100선에 바짝 다가섰습니다.

미국독립투자자협회(AAII)가 추산하는 불/베어 스프레드, 즉 투자자들의 강세장과 약세장 전망간의 차이도 2년래 최대로 벌어졌습니다.


우려하는 측에선 뉴욕 증시의 주가수익비율(PER)이 19배에 육박하고, 미 증시의 시가총액이 미 국내총생산(GDP)의 150%에 달했는데 이렇게 높은 적이 없었다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찰슈 스왑의 리즈 앤 손더스 최고투자전략가는 CNN과의 인터뷰에서 "단기적으로는 컴플레이선시(자만, 안주)가 걱정된다"고 말했습니다. 블룸버그는 지난 20일 "지금이 미국 증시에서 유포리아를 걱정해야할 때일 수 있다"는 기사를 내보냈습니다.


일부에선 올해 랠리가 1998년과 비슷하다고 지적합니다. 20년전인 1998년에도 Fed의 완화적 통화정책을 앞세워 S&P500 지수는 연간 28.58% 올랐었습니다.

당시를 되돌려보면 8월부터 10월까지 정크 본드의 금리가 갑자기 올랐습니다. 미 국채와의 스프레드가 8월 마지막 주 469bp(1bp=0.01%포인트)에서 10월16일 661bp까지 치솟았습니다. 유동성이 부족하다는 진단이 나오자 Fed는 9월29일, 10월15일, 11월17일 세 번 연속 기준금리를 인하했습니다. 그것도 10월15일은 갑자기 예정에 없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열어 내린 겁니다.

당시 주목할 점은 미국 경제 자체는 별다른 위험없이 계속 확장하고 있었다는 겁니다. 그런데 금융 시장의 유동성 부족을 이유로 금리를 대폭 낮춘 것이죠.

Fed가 금리를 처음 낮추던 1998년 9월 당시 S&P500 지수는 1000 수준이었습니다. 그러던 증시는 상승을 지속해 2000년 8월 1490까지 오릅니다. 그런 뒤 모두가 기억하는 '닷컴 버블'이 터지면서 다시 2003년 초 800선까지 후퇴하게됩니다.


올해 Fed는 지난 7~10월 세차례 기준금리를 낮췄습니다. 또 9월 중순 레포 시장에서 금리가 급등하면서 시장 불안 요인이 생기자 Fed는 엄청난 유동성을 공급하고 있습니다.

Fed는 지난 10월부터 레포 시장 개입, 단기 국채 매입 등을 통해 지난주까지 석달여동안 무려 4160억달러나 자산을 확대했습니다. 게다가 연말 레포 시장에 나타날 수도 있는 불안을 잠재우겠다며 내년 1월20일까지 4900억달러의 실탄을 대기시켜놓았습니다.

Fed가 2017년 9월부터 지난 9월까지 2년간 양적긴축(QT)을 해서 줄였놓았던 돈이 총 7000억달러 수준이란 걸 감안하면 얼마나 짧은 기간에 많은 돈을 풀었는지 알 수 있습니다.

그리고 유동성이 풀리기 시작한 이후 뉴욕 증시는 계속 치솟고 있습니다.

월가의 한 채권 펀드매니저는 "Fed가 푼 돈은 시장에 재투자되고 있다. 지난 10월부터 뉴욕 증시가 계속 오르고 있는 이유"라면서 "문제는 이처럼 많은 돈을 푸는 게 언제까지 지속될 수는 없다는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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