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TT '시즌'은 콘텐츠 독점 안해"

입력 2019-12-25 18:29   수정 2019-12-26 01:01

“플랫폼은 열려 있어야 합니다. 수많은 기획사와 제작사를 끌어안고 품어야 한다는 말이죠.”

지난 24일 KT 서울 광화문 본사에서 만난 김훈배 KT 뉴미디어사업단장(사진)은 새 동영상스트리밍서비스(OTT) ‘시즌(Seezn)’의 전략을 묻자 이렇게 말했다. 김 단장은 KT의 인터넷TV(IPTV), OTT 사업 등을 맡고 있다. KT는 지난달 자체 OTT인 ‘올레TV 모바일’을 개편해 ‘시즌’을 내놨다.

KT가 시즌을 내놨을 때 시장에서는 우려가 많았다. 넷플릭스가 오리지널 콘텐츠를 바탕으로 국내 OTT 시장을 잠식하고 있는 상황에서 시즌은 정반대로 ‘오픈 플랫폼’을 내세웠기 때문이다. SK텔레콤과 지상파 3사의 OTT ‘웨이브(WAVVE)’ 등도 자체 콘텐츠를 핵심으로 내세우고 있다.

그러나 기우였을까. 시즌 요금제 중 가장 비싼 ‘믹스 플러스’(월 1만3200원) 가입자가 출시 2주 만에 10만 명 늘었다. 김 단장은 콘텐츠 독점이 동전의 양면과 같다고 봤다. 가입자를 불러모으기는 쉽지만 다른 플랫폼에 강력한 콘텐츠가 있으면 쉽게 옮겨갈 수도 있다는 얘기다. 그는 “이용자들의 시간은 한정돼 있다”며 “가입 후 콘텐츠를 줄기차게 보고 다른 곳으로 옮겨가는 식의 이용패턴을 보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KT의 전략은 콘텐츠를 따라 옮겨다니는 이용자를 하나의 플랫폼으로 묶어두는 것이다. 웨이브는 CJ ENM 콘텐츠가 없고 CJ에서 운영하는 ‘티빙’은 지상파 콘텐츠가 없다. 김 단장은 “콘텐츠 독점으로 인한 피해는 소비자에게 돌아간다”고 말했다. 시즌에서는 tvN, JTBC 등의 콘텐츠를 모두 볼 수 있다. 다만 돈을 추가로 지불하거나 매달 지급되는 코코(결제 포인트)로 각 채널팩을 사야 한다.

이 같은 개방 전략은 자체 콘텐츠에도 적용된다. SBS와 제작한 예능 ‘고막메이트’, CJ ENM과 만든 ‘밀실의 아이들’ 등 콘텐츠를 갖고 있지만 독점하지 않겠다는 게 KT의 전략이다. 최근 손잡은 디스커버리와 드라마, 예능도 제작할 계획이다.

KT는 가상현실(VR) 콘텐츠에도 지속적으로 투자한다. VR 영상 개발과 콘텐츠 제휴로 협업하는 기업은 100여 곳에 달한다. 김 단장은 “과거에는 VR을 게임 위주로 소비했는데 이제는 영상 콘텐츠가 80% 이상을 차지한다”고 전했다.

AI 기능 역시 더욱 확대하기로 했다. KT는 AI 스피커 ‘기가지니’ 등을 개발한 기술이 있다. 영상에 담긴 대사와 배경, 등장인물 등 다양한 정보를 AI가 분석해내는 서비스를 출시할 계획이다. 김 단장은 “음성으로 명대사를 외치면 영화를 찾아주는 서비스도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홍윤정 기자 yjho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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