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독한 중소기업 경영환경에, 가업 승계 세금 폭탄까지…

입력 2019-12-26 17:30   수정 2019-12-27 01:58

수도권의 중견 식품 제조업체 A사장은 최근 공장 매각을 끝내고 사업을 정리했다. 아들이 가업 승계를 원하지 않는 데다 사업하기가 갈수록 힘들어지자 결단을 내렸다. A사장은 “최근 3년간 최저임금이 치솟고 재료비까지 급등하면서 흑자를 내기가 어려워졌다”고 말했다. 그는 “겨우 버텨왔지만 문을 닫을 수밖에 없었다”고 털어놨다.

1970년대 설립된 가전 부품업체의 B사장은 20년 전 부친으로부터 가업을 이어받았다. 60대에 접어든 그는 직원들과 생산설비를 볼 때마다 마음이 편치 않다. 2000년대 들어 가전제품 생산공장이 대거 해외로 떠나면서 국내 일감이 급감한 탓이다. 여기에 인건비 상승, 과열 경쟁 등으로 사업할 의욕을 잃은 지 오래다. 그는 “신사업과 새 판매처를 마련해 돌파구를 찾아야 하는데, 이젠 정말 지쳤다”며 “자식들에게 회사를 물려주고 싶지 않다”고 잘라 말했다.

중소기업을 둘러싼 혹독한 경영 환경뿐 아니라 가업상속공제·증여세 과세특례 제도도 기업인의 의욕을 꺾는 요인으로 꼽힌다. 지난달 중소기업중앙회가 업력 10년 이상 중소기업 대표와 가업승계 후계자 500명을 대상으로 설문(복수응답)한 결과 △조세 부담 우려(77.5%) △가업승계 관련 정부 지원 부족(49%) △승계 이후 경영 악화(26.1%) 등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컸다.

현행법상 중소기업 최대주주(보유지분 50% 미만)가 자녀에게 회사 지분을 상속·증여하면 최고세율 50%(과표 기준 30억원 이상)에 다시 재산평가액의 10%를 할증·가산한다. 최대주주 지분이 50%를 초과하면 할증률은 15%까지 오른다. 총 55.0~57.5%를 세금으로 내야 하는 셈이다. 대기업 할증률(30%)에 비하면 낮지만, 여전히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최고 수준이라는 불만이 기업인 사이에서 많다.

현재 중소기업 최대주주 지분에 대한 상속·증여세 할증은 유예되고 있지만 내년 말 일몰될 예정이다. 할증률을 낮추거나 영구 폐지하는 내용의 상속·증여세 개정안은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한 제조업체 사장은 “주변에 회사를 팔겠다는 중소기업인이 수두룩하다”며 “독일의 ‘히든 챔피언’이나 일본의 ‘시니세(老鋪) 기업’이 한국에서는 요원하다”고 한숨을 쉬었다.

문혜정/서기열 기자 selenmo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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