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쓰레기·플라스틱 먹어치우는 '착한 벌레'

입력 2019-12-26 18:56   수정 2019-12-27 00:55

폭발적인 인구 증가 시대에 곤충은 가축보다 좋은 식량자원이다. 귀뚜라미 가루의 칼슘 함유량은 우유보다 많고, 철분도 시금치보다 두 배나 많다. 곤충은 공간, 먹이, 물을 거의 필요로 하지 않고 빠르게 번식해 단백질 함량이 높은 식량원을 제공하면서 최소한의 온실가스를 배출한다. 인간이 버린 음식물 쓰레기로 곤충을 키워 양질의 식량을 생산하는 동시에 쓰레기 문제를 해결하는 일석이조의 효과도 거둘 수 있다. 중국의 한 바퀴벌레 공장에서는 바퀴벌레 10억여 마리가 하루 55만t의 음식물 쓰레기를 먹어 치운다.

노르웨이 곤충학자 안네 스베르드루프-튀게손은 《세상에 나쁜 곤충은 없다》에서 곤충의 독특한 생활사와 놀라운 쓰임새를 소개한다. 위험하고 혐오스러워 보이는 곤충이 인간의 삶과 지구 생태 환경에 얼마나 유익한지 풍부한 사례를 통해 알려준다.

꿀벌을 비롯한 곤충은 식물의 수분을 매개하고 종자를 퍼뜨린다. 동식물 사체와 배설물을 유기물로 분해해 토양의 재생과 순환도 돕는다. 꽃가루받이로 인한 곤충의 기여 가치는 677조원으로 추정되며 토양 형성과 분해 가치는 그 네 배에 달한다.

곤충은 영약을 제공하고 첨단과학의 밑거름이 되기도 한다. 검정파리는 치료하기 힘든 상처를 깨끗하게 해준다. 갈색거저리 유충인 밀웜은 플라스틱을 소화한다. 초콜릿과 꿀, 비단과 잉크, 항생제와 방부제, 광택제와 접착제 등은 모두 곤충에서 비롯됐다. 곤충에서 시작한 생체 모방은 드론 비행, 열추적 감지, 위조지폐 방지, 우주여행 등 첨단 산업으로 이어진다.

저자는 곤충의 다양한 성생활과 생존투쟁 방식을 소개해 읽는 재미를 더한다. 농사짓고 가축을 치는 개미, 노래로 먹이를 유인하는 베짱이, 동료에게 기술과 전략을 가르치는 벌, 암컷이 알을 낳아줄 때까지 암컷의 목덜미를 붙들고 사는 푸른실잠자리, 무당벌레를 독으로 마비시켜 자기 새끼에게 던져 버리는 말벌 등은 독자들을 놀랍고 신비한 곤충의 세상으로 안내한다. (조은영 옮김, 웅진지식하우스, 288쪽, 1만6000원)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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