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승규 한경대 석좌교수 "한국농업 특성 맞춘 AI 개발 위해 나섰죠"

입력 2019-12-25 17:24   수정 2019-12-26 00:20

“사람들은 소농(小農) 비중이 높은 게 한국 농업의 문제점이라고 말해요. 그런데 계속 한탄만 하고 있을 수는 없잖아요. 인공지능(AI)을 활용해 한국 농민과 농업을 도울 방법을 찾으려고 이번 대회에 나갔습니다.”

민승규 한경대 석좌교수(전 농림수산식품부 차관·사진)는 지난 추석 연휴를 네덜란드 바헤닝언대 연구소에서 보냈다. ‘제2회 세계 농업 AI대회’ 예선전에 참가하기 위해서였다.

이 대회는 바헤닝언대가 주최하고 중국 기업 텐센트가 후원했다. 자체 개발한 AI를 활용해 농사를 지은 뒤 그 농산물의 품질, 수확량 등을 바탕으로 각 팀 순위를 매긴다. 방울토마토가 재배 종목인 올해 대회 예선에는 세계 각국 21개 팀이 참가했다.

민 교수는 한국 대표팀 격인 디지로그팀 단장을 맡고 있다. 10개 기업·기관·대학에 소속된 14명의 연구원으로 이뤄진 일종의 ‘연합팀’이다. 시뮬레이션 결과를 놓고 평가받는 예선전에서 디지로그팀은 2위(사진 속 기념패)를 차지했다. 중국 농업과학원, 세계적 농업컨설팅회사로 꼽히는 델피, 글로벌 유리온실 제조사 판데르 후반, 유럽의 MIT로 불리는 네덜란드 델프트공대 소속 연구원들이 주축이 된 경쟁팀들보다 더 좋은 성적을 올렸다.

디지로그팀을 포함해 예선을 통과한 5개 팀은 내년 1월부터 6월까지 자신들이 개발한 AI를 활용해 유리온실에서 직접 방울토마토 농사를 짓는 본선 대회에서 실력을 겨룬다.

대부분 한 기업·기관 소속 연구원으로 구성된 경쟁팀과 달리 디지로그팀은 팀원을 모으는 과정부터 쉽지 않았다. 민 교수와 팀장인 서현권 동아대 교수가 여러 농업기업과 인공지능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을 일일이 찾아다니며 한 명씩 전문가를 섭외했다. 민 교수는 “특히 AI 강화 학습 전문가를 섭외하는 게 어려웠다”며 “이 대회에 참가해 경험을 쌓아야 우리 농업을 바꿀 수 있다고 삼고초려했다”고 말했다.

민 교수는 ‘본선 우승’만이 출전 목적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한국 농업의 특성에 맞춘 AI를 개발하는 데 필요한 경험을 쌓는 게 진정한 참가 목적이다. 농업 선진국에서 개발하는 AI는 모두 자국 농업 환경에 최적화돼 있다. 시설원예농업이 강한 네덜란드에서 개발하는 농업 AI가 대규모 유리온실에서만 제 기능을 발휘할 수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민 교수는 새로운 시각으로 한국 농업의 혁신을 주도해온 인물로 꼽힌다. 2001년 삼성경제연구소 재직 시절부터 농민들에게 마케팅, 재무, 회계 지식을 가르치는 민간 농민교육기관인 한국벤처농업대를 설립해 지금까지 운영하고 있다. 약 3000명의 농민 졸업생을 배출했다. 그는 “20년 전 벤처농업대 설립으로 혁신의 토대를 닦았다면 이제는 기술을 바탕으로 한국 농업이 뛰어오를 수 있게 하고 싶다”고 꿈을 밝혔다.

홍선표 기자 ricke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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