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親勞정책 탓에 기업하기 어렵다" 64%

입력 2019-12-25 17:21   수정 2019-12-26 01:31

국내 기업 최고경영자(CEO)들의 고민은 비슷하다. 사업하기가 너무 힘들어 일을 접어야 할지 말지가 가장 큰 걱정거리다. 어차피 사업해야 할 판이라면 본사를 해외로 옮기는 방안을 심각하게 고려한다. 마지막 고민은 자식들에게 사업체를 넘겨야 할지로 귀결된다.


이런 현주소는 한국경제신문이 국내 300대 기업(매출 기준)을 대상으로 한 설문 결과에서도 확인된다. 150개 기업 중 73개사(48.7%)가 ‘기업하기 어렵다’고 응답했다. 8개사(5.3%)는 ‘매우 어렵다’는 답을 내놨다. 기업하기 어렵다는 답이 전체 답변의 절반이 넘는다. ‘기업하기 좋다’는 응답은 12.7%에 불과했다.

그렇다면 왜 한국에서 기업하기 어렵다고 할까. 50.6%가 ‘쏟아지는 규제 법안’ 탓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국회는 일명 ‘타다 금지법’(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개정안)을 비롯한 각종 규제 법안 입법을 추진 중이다. 여야 의견이 달라 국회 통과가 어려운 내용은 시행령 같은 하위법으로 규제 강도를 높이려 한다. 자본시장법 시행령 개정안과 이미 시행에 들어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특경가법) 시행령이 대표적이다. 화학물질관리법(화관법) 등 환경규제는 갈수록 세지고, ‘연금 사회주의’ 논란 속에서도 국민연금은 주주권 행사 가이드라인을 도입해 기업 경영권을 간섭하려 하고 있다.

‘정부의 지나친 친노조정책’을 경영의 가장 큰 장애물로 꼽은 응답기업도 13.6%였다. 문재인 정부 들어 도입된 주 52시간 근로제와 최저임금의 가파른 인상 때문에 경영하기 어려워졌다는 대답이다.

악화된 외부 환경 때문이라는 곳도 적지 않았다. 전체의 24.7%가 ‘미·중 무역분쟁 등 나빠진 대외여건’이 기업하기 어려운 이유라고 했다.

한국의 투자환경이 중국 일본보다 못하다고 생각하는 기업이 절반에 육박했다. 42.7%가 경쟁국에 비해 한국의 투자환경이 ‘다소 나쁘다’고 했고, 2.7%는 ‘아주 나쁘다’고 평가했다. ‘아주 좋다’(6.0%)와 ‘다소 좋다’(14.7%)고 답변한 기업은 다섯 곳 중 한 곳 정도였다. 다른 나라와 비교해 한국인의 반기업 정서가 강하다고 생각하는 비율(34.7%)이 낮다(12.6%)고 본 응답기업의 세 배에 가까웠다.

정인설 기자 surisur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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