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해가 마무리돼 갑니다. 하루, 한 주, 한 달의 삶이 다시 한 해로 정리되고 있습니다. 한 주 한 달과 다르게 한 해는 성적표가 나옵니다. 올해 성과는 어떤가, 내년 목표는 무엇인가가 주제가 되고 있습니다. 투자도 다르지 않습니다. 윈도드레싱(기관투자가들이 결산기를 앞두고 보유종목의 종가를 관리해 수익률을 끌어올리는 것)이 나타나는 것은 이 수치가 사람들의 의사결정에 영향을 주기 때문입니다. 마이너스냐 플러스냐는 하늘과 땅의 차이고, 9.9%의 한 자리 수익률과 10.1%의 두 자리 수익률도 다른 느낌으로 다가옵니다. 오늘은 바로 이 숫자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20세기를 마무리하던 1999년 포천지는 20세기 4대 투자 거장을 선정했습니다. 워런 버핏과 피터 린치, 조지 소로스, 존 보글입니다. 버핏은 1965년부터 지금까지 연간 수익률 20%를 기록하고 있고, 린치는 1977년부터 1990년까지 연간 수익률 30%를, 소로스는 1969년부터 2000년까지 연간 수익률 30%를 기록했습니다. 세 명 모두 엄청난 성과를 보였고, 투자 거장에 선정되는 것도 당연해 보입니다. 그런데 보글의 선정 이유는 무엇이었을까요.
오랜 기간 투자자들은 어떤 종목을 살지, 언제 사고 언제 팔아야 할지를 고민했습니다. 버핏과 린치, 소로스는 그 부분에서 탁월한 성과를 거둔 영웅들입니다. 이에 반해 보글의 주장은 턱없어 보입니다. 그의 책 제목은 《모든 주식을 소유하라》입니다. 무엇을 사면 됩니까. “다 사세요.” 언제 사면 됩니까. “지금 사세요.” 언제 팔면 됩니까. “보유하세요.” 물론 이렇게 단순하지는 않고 보유하는 방법, 리밸런싱 방법에 따라 차이는 있습니다. 그러나 기본 콘셉트는 “다 사라”입니다. 보글은 윌리엄 샤프의 이론을 현실에 구현하면서 승리를 확신했습니다.
존 보글의 색다른 투자법
보글이 승자가 될 것이라고 생각한 사람이 있었습니다. 바로 버핏입니다. 2007년 버핏은 재미있는 내기를 제안합니다. 10년간 ‘인덱스펀드가 헤지펀드 수익률을 이긴다’에 50만달러를 겁니다. 사람들은 반신반의했습니다. 금융시장 최고 능력자들인 헤지펀드 매니저를 과연 ‘다 사서 버티기 전략’이 이길 수 있을까. 10년이 지나 결론이 나왔습니다. 인덱스는 연평균 7.1%, 헤지펀드는 연평균 2.2%. 인덱스의 완벽한 승리로 게임은 끝이 났습니다. 100만달러를 투자한 경우 헤지펀드는 20만달러의 수익을 거뒀지만, 인덱스펀드는 85만달러의 수익을 거둔 것입니다. 이론과 현실 모두에서 승리였습니다.
정말 인간의 능력이 이 정도밖에 되지 않는 것일까요. 펀드매니저나 애널리스트보다 원숭이나 문어의 수익률이 높다는 말은 단기나 장기 모두에서 진실일까요. 답은 비용에 있습니다. 버핏은 “수수료는 결코 잠들지 않는다”고 말하며, 헤지펀드의 높은 수수료인 2-20(2%의 운용보수와 20%의 성과보수)이 수익률 차이를 만든 근본원리라고 주장했습니다. 당연히 보글도 예견했습니다. 그는 현실세계의 투자를 네 가지 차원으로 분석했습니다. 수익률과 변동성, 비용, 시간이라는 차원입니다.
먼저, 수익률과 시간입니다. < 표1 > 이미 잘 알려진 복리 효과를 다시 느껴보면, 수익률 3%와 5%의 차이는 미미하지만 5%와 7%의 차이는 엄청납니다. 돈을 지키는 것이 아니라 불리기 위해서는 고수익이 가능한 상품에 투자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런 이유로 버핏도 보글도 위험하지만 투자 세계에 뛰어들게 됩니다. 또 하나, 부자가 되는 실천 방법은 투자기간을 늘리는 것입니다. 주주총회 자리에서 어떻게 하면 부자가 될 수 있느냐는 10세 아이의 질문에 빨리 투자를 시작하라고 추천했습니다. 자신은 11세에 시작하게 됐다면서….
투자의 네 가지 차원 이해해야
다음은 수익률과 변동성의 관계입니다. 세상에 공짜가 없기에 수익률과 변동성은 동시에 커집니다. 수익률은 높을수록 좋지만, 변동성은 높아질수록 수익률을 갉아먹습니다. 동일하게 수익률이 10%인 경우라도 10%와 10%의 수익, 20%와 0%의 수익, 100%와 -80%의 수익은 완전히 다른 결과를 보입니다. 예를 들어 첫해 수익률이 100%, 다음해 수익률이 -80%를 기록하면 평균 수익률은 10%처럼 보이지만 실제 잔액은 -60%의 손실을 기록하게 됩니다. 평균은 추상적 개념이지만 변동성은 실질적인 내용입니다. 변동성을 낮추는 실천 방법이 바로 분산투자와 장기투자이며, 이것이 보글의 “모든 주식을 소유하라”입니다.
다음은 비용과 수익률입니다. 비용 차감 전 8%의 수익률과 비용 차감 후 7%의 수익률입니다. < 표2 >
1%의 차이도 시간이 지나면 이렇게 커지게 됩니다. 비용절감은 중요하지만 투자에서 자주 경시됩니다. 보글은 인건비를 줄이고, 거래비용을 줄여 인덱스의 장기 수익률을 끌어올렸습니다. 버핏은 오래된 집에서 살고, 직접 차를 몰면서 비용을 줄입니다. 오늘의 소비는 미래의 부를 갉아먹는 행위라는 버핏의 주장은 이런 비용과 시간의 관계에 대한 이해에서 출발합니다. 투자는 수익률과 변동성, 비용, 시간의 함수입니다.
최일 이안금융교육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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