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 꺾이나…'12·16 대책' 여파에 서울 상승폭 '뚝'

입력 2019-12-26 14:00   수정 2019-12-26 14:01


고강도 대출규제를 포함한 ‘12·16 대책’의 영향으로 서울 아파트값 상승률이 반토막났다. 강남과 서초, 송파 등 고가 아파트가 밀집한 지역을 중심으로 상승폭이 크게 줄었다. 그러나 수도권 일부 지역과 세종의 집값은 오히려 크게 올랐다. 주간 변동률이 1%를 웃돌면서 역대 최고 상승률에 근접했다. 전세가격은 전국 대부분 지역에서 급등했다.

◆서울 상승폭 줄고…수도권엔 ‘풍선효과’

26일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12월 넷째주 0.10% 상승해 26주 연속 올랐다. 그러나 상승폭은 전주(0.20%)에 비해 절반으로 줄었다. 9억 이상 아파트에 대한 담보인정비율(LTV) 축소와 15억 이상 초고가 아파트에 대한 대출규제 영향이다. 이번 조사는 지난 23일을 기준으로 진행돼 12·16 대책 발표에 따른 영향이 모두 반영됐다.

서울 25개구 가운데 강북·노원·동대문·중랑구를 제외한 21개구에서 상승폭이 줄었다. 고가 아파트가 밀집한 강남권의 변동폭이 컸다. 지난주 0.33% 올랐던 서초구는 이번 조사에서 0.06%로 집계돼 상승폭이 5분의 1토막 났다. 강남구는 0.36%에서 0.11%로, 송파구는 0.33%에서 0.15%로 급감했다. 한국감정원 관계자는 “고가 아파트 위주의 급격한 매수심리 위축과 관망세가 확산된 영향”이라면서 “목동신시가지가 있는 양천구의 상승률도 0.61%에서 0.23%로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강북 인기 지역 집값도 주춤하는 모양새다. 마·용·성으로 불리는 마포와 용산, 성동구의 상승률이 모두 조정을 받았다. 마포는 전주 0.19%에서 이번주 0.11%로, 용산구는 0.18%에서 0.09%로 감소했다. 성동구 또한 0.09%에서 0.07%로 상승폭이 둔화됐다. 그러나 상대적으로 저가 아파트가 많은 노원(0.08%), 강북(0.08%), 동대문구(0.06%)는 지난주와 같은 상승률을 유지했다.

수도권에선 풍선효과가 나타났다.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이 9억원을 넘지 않아 새 대출규제를 적용받지 않는 곳을 중심으로 집값이 눈에 띄게 올랐다. 수원 영통구는 신분당선 인근 역세권 단지 위주로 올라 이번주 상승률 0.67%를 기록했다. 의왕(0.57%)과 안산 단원(0.57%)·상록구(0.56%), 안양 동안구(0.56%)의 상승세가 두드러졌다.

지방에선 세종 아파트 매매가격이 역대 최고에 가까운 상승률을 기록했다. 지난주 0.37%에서 이번주 1.33%로 훌쩍 뛰었다. 한국감정원의 주간 단위 조사를 기준으로 지난해 1월 셋째주 송파구가 1.39%를 기록한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공급 물량이 감소하면서 도심뿐 아니라 외곽 지역 매매가격까지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는 게 감정원의 설명이다. 올해 전국에서 집값이 가장 많이 오른 대전은 견조한 상승세를 유지했다. 유성구(0.55%)와 중구(0.46%)가 큰 폭으로 상승한 가운데 대전 모든 지역 아파트 매매가격이 0.32% 올랐다.

반면 부산 아파트 매매가격 상승률은 지난주 0.11%에서 0.08%로 줄었다. 조정대상지역 해제 이후 급등에 대한 피로감으로 해운대구와 동래구, 수영구의 상승률은 각각 0.26%와 0.17%, 0.14%로 감소했다. 전국 아파트 매매가격 상승률은 지난주 대비 0.01%포인트 떨어진 0.10%로 집계됐다.

◆전셋값은 高高…세종, 2%대 상승

이번 조사에선 전세가격 상승세도 두드러졌다. 서울은 지난주 0.18%에서 0.23%로 올랐다. 공급이 감소한 영향이다. 지난해 4분기 서울 입주물량은 2만1000가구였지만 올해는 1만2000가구로 절반 가까이 줄었다.

매매가격 상승률이 조정받은 지역들의 전셋값 상승폭이 컸다. 대치동을 중심으로 학군 수요가 증가한 강남구 아파트 전세가격은 0.52% 상승했다. 송파구(0.35%)와 서초구(0.32%)도 높은 변동폭을 보였다. 양천구는 목동 신시가지와 인근 신축 아파트 위주로 전세가격이 오르면서 0.56%의 상승률을 보였다. 마포구와 서대문구도 각각 0.19%와 0.16% 올랐다. 자율형사립고와 외국어고 등의 일반고 전환에 대한 여파로 학군이 뛰어난 지역의 전세가격은 앞으로 더욱 오를 거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수도권에선 과천의 전셋값 강세가 이어졌다. 2기 재건축이 진행되는 상황에서 지식정보타운 거주요건을 갖추기 위한 청약 대기수요가 몰리면서 31주째 전세가격이 고공행진 중이다. 이번 조사에서도 0.66% 올랐다. 그간 입주물량이 많았던 안산에서도 단원구의 전세가격이 0.57% 올랐다. 안양 동안구(0.64%)는 교육환경이 뛰어난 평촌동 위주로 전셋값이 꿈틀댔다.

중공업 위축과 공급과잉 이중고에 시달리던 울산 전세가격도 반등 중이다. 북구와 남구의 전세가격이 각각 0.36%와 0.33% 올랐다. 매매가격이 크게 오른 세종시의 경우 전셋값 상승폭이 더욱 컸다. 지난주 0.90% 상승한 세종시 아파트 전세가격 변동률은 이번 조사에 2.17% 오르면서 상승폭을 배로 키웠다. 감정원 관계자는 “입주물량이 감소한 상황에서 대전에 비해 낮은 가격 메리트에다 외지 수요까지 겹치고 있다”면서 “정부청사 인근뿐 아니라 아름동과 한솔동까지 매물 부족 현상을 보이면서 상승폭을 키우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형진/안혜원 기자 withmold@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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