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사령탑 12년 만에 '낙하산 고리' 끊었다…KT CEO 구현모 사장 내정

입력 2019-12-27 17:32   수정 2019-12-28 13:41


2002년 민영화 이후 KT 최고경영자(CEO)의 역사는 ‘수난사’였다. 1%의 지분도 갖지 않은 정부는 마치 공공기관에 낙하산 인사를 내리꽂듯 KT CEO를 갈아치웠다. 정부에 맞선 CEO들은 턱밑까지 치고들어온 검찰의 칼날 앞에서 결국 무릎을 꿇었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검·경 수사, CEO 교체로 이어졌다.

황창규 회장도 지난해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수사를 받는 등 수차례 위기를 맞았지만 버텨냈다. 민영화 이후 처음으로 연임에 성공했다. KT 출신인 구현모 내정자(55)가 CEO에 오르게 되자 KT가 드디어 ‘낙하산 인사’의 고리를 끊어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KT가 외압에서 벗어나 독립적인 지배구조를 닦고,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을지 관심이다.

구 내정자는 32년간 KT에 몸담아온 정통 KT맨이다. 서울대 산업공학과를 졸업하고, KAIST 경영과학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1987년 KT 입사 후엔 황 회장의 초대 비서실장을 거쳐 경영전략, 무선융합사업 등을 총괄했다. 최근까지는 핵심 사업인 인터넷TV(IPTV)와 뉴미디어 사업을 맡아왔다. 새 동영상스트리밍서비스(OTT) ‘시즌(Seezn)’ 출시와 지난 4월 IPTV 가입자 800만 명 돌파도 그의 성과다. 내부 출신인 만큼 KT그룹 전반에 대한 높은 이해도와 업무 경험을 갖춘 것이 좋은 평가를 받았다.

구 내정자는 후보 심사 과정에서 임헌문 전 KT 매스총괄 사장, 박윤영 KT 기업사업부문장(부사장), 노준형 전 정보통신부 장관 후보자와 막판까지 치열한 경합을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KT회장후보심사위원회는 “KT 미래에 대한 확실한 비전과 구체적인 전략을 제시한 점을 높이 평가했다”고 구 내정자 선정 이유를 설명했다.


KT 회장직이 ‘낙하산 인사’의 대명사가 된 건 오너그룹 회장과 맞먹는 대우를 받을 수 있는 몇 안 되는 자리로 여겨졌기 때문이다. KT그룹은 계열사 43개, 직원 수 6만1619명에 이르는 재계 순위 12위다. 2018년 황 회장 연봉은 14억4900만원에 달했다. 이사회는 이 같은 ‘제왕적 권력’을 해체하기 위해 차기 CEO부터는 ‘대표이사 회장’ 제도를 ‘대표이사 사장’ 제도로 변경하고 급여도 낮추기로 했다.

구 내정자는 우선 5세대(5G) 이동통신과 인공지능(AI) 등 신사업을 궤도에 올려놓아야 하는 과제를 안았다. KT는 ‘탈통신’을 내세우며 5G 기반의 스마트팩토리, 모빌리티(이동수단) 등 기업 간 거래(B2B) 분야 먹거리 마련에 주력해왔다. 최근엔 ‘AI 기업’으로 거듭나겠다고 선언했다. 모두 황 회장 체제에서 추진돼온 것이어서 구 내정자는 자신의 역량을 보여줄 사업 구상과 전략 마련도 고심할 전망이다.

홍윤정/최한종 기자 yjho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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