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노원구 주민이 출퇴근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평균 58분이다. 도봉구와 함께 수도권에서 가장 오래 걸린다. 지역 내 업무 시설이 거의 없는 ‘베드타운’이기 때문이다.
최근엔 베드타운 위상마저 흔들린다. 30년 이상 노후화된 아파트의 열악한 주거환경으로 인해 새 아파트를 찾아 인근 신도시로 떠나는 주민 수가 늘고 있다. 노원구가 서울대병원 등을 유치해 의료·바이오 첨단 산업단지를 조성하고, 주거환경을 개선하는 데 총력을 기울이는 이유다.
의료·바이오 첨단 산업단지 조성
노원구 상계동에 있는 지하철 4호선 창동차량기지를 2024년까지 경기 남양주시로 옮기기로 하면서 이곳에 서울 바이오메디컬클러스터를 조성하려는 계획이 속도를 내고 있다. 서울시는 서울대병원 등 국내 대형 병원을 이 부지로 옮기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창동차량기지 일대를 세계적인 의료·바이오 기업들이 모인 첨단 산업단지로 키우겠다는 구상이다. 창동차량기지와 운전면허시험장 이전 후 확보할 수 있는 부지 규모는 약 25만㎡에 달한다.
오승록 노원구청장은 올초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고, 연구·데이터 중심 병원을 핵심 앵커시설로 하는 의료·바이오 산업단지를 구축하는 마스터플랜을 상반기 중 발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미국 최고의 병원인 메이요 클리닉과 메드트로닉·보스턴사이언티픽 등 의료기기 업체들이 모여 있는 미네소타주가 벤치마킹 대상이다. 메이요 클리닉은 정보기술(IT) 시스템을 도입해 의료 서비스 품질을 개선한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창동차량기지 이전 부지에 의료·바이오 기업들이 모여 산업 거점을 조성하면 동대문구 홍릉 일대의 서울바이오허브와도 연계해 일자리 창출 효과가 커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창동차량기지와 서울바이오허브는 차로 30분 거리에 있다. 오 구청장은 “8만 개의 관련 일자리가 만들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노후 아파트엔 ‘주차장 공유’ 도입
골칫거리인 노후 아파트 문제 해결도 당면한 과제다. 노원구는 1988년 서울올림픽 개최를 앞두고 주거 거점으로 개발됐다. 전체 주택의 83%가 아파트다. “30년 이상 된 아파트에서 녹물이 나오고 지하 주차장이 없어 밤마다 주차 전쟁이 벌어진다는 등의 민원이 많다”고 노원구 관계자는 전했다.
새 아파트를 원하는 주민들은 주변 신도시로 속속 빠져나가고 있다. 지난 3년간(2016~2018년) 노원구와 인접해 있는 경기 남양주·의정부·구리시로 전출한 인구 수가 1만5193명에 달했다. 노원구 인구 수는 2009년 61만 명에서 지난해 53만 명으로 줄었다.
아파트 재건축에 제동이 걸리면서 노원구는 궁여지책으로 학교, 대형마트, 교회 등을 설득해 야간에 주차장을 개방하도록 하고 있다. 지난해 노원중, 미래산업고, 청암중고 등 6개 학교가 총 118면의 주차장을 개방했다. 월계동 이마트 트레이더스도 154면의 주차장을 공유하고 있다. 이렇게 확보한 주차 공간은 주민들의 신청을 받아 추첨을 통해 배분한다.
노원구는 올해 500면 정도를 추가로 개방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주차장을 개방하는 학교엔 학교 시설 개선 등의 인센티브를 주고 있다. 1994년 이전에 지어져 수도 배관이 아연관으로 돼 있는 아파트를 우선으로 수도 배관 교체도 지원하고 있다. 아파트 놀이터, 주차장 포장, 운동 시설 유지 보수 등 환경 개선 사업도 진행하고 있다.
추가영 기자 gychu@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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