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키가 지드래곤(GD)과 협업해 지난달 출시한 'GD 스니커즈'의 몸값이 천정부지로 뛰었다. 스니커즈 경매 온라인 사이트인 ‘엑스엑스블루'에서 빨간색 스우시의 ‘피스마이너스원 에어포스1 로우 파라노이즈 한국 한정판'은 최근 300만~400만원대에서 거래되고 있다. 출시가 21만9000원 대비 스무배 가까이 값어치가 뛴 셈이다. 88켤레뿐인 노란색 스우시 모델의 경우 다른 중고 사이트에서 1300만원대에 거래된 것으로 전해졌다.
올해 초인 1월 10일 롯데백화점 소공동 본점 에비뉴엘. 나이키가 발매한 한정판 '오프화이트X나이키 척 테일러 70 스니커즈'는 판매 3시간 만에 동이 났다. 판매 대기열이 전날부터 늘어서는 진풍경이 벌어졌다.
이 같이 한정판 스니커즈에 투자하는 '스니커테크'란 신조어를 만든 리셀(Re-sell) 광풍의 중심에는 세계 최대 스포츠용품 기업 나이키가 있다.
유명인과의 한정판 출시 등 일찌감치 트렌드를 선점한 나이키는 올 추동 시즌에도 호실적을 거뒀다. 27일 금융투자업계에서는 나이키가 '중국과 디지털'이란 두 마리 토끼를 잡는 데 성공해 시장의 예상을 웃도는 실적을 냈다고 분석했다.
나이키가 최근 발표한 2019 회계연도 2분기(9~11월) 매출과 주당순이익(EPS)은 모두 시장 예상치를 상회했다.
매출은 10% 증가한 103억3000만달러로 시장 전망치(100억9000만달러)를 웃돌았다. EPS는 35% 증가한 70센트를 기록해 시장 전망치 평균(58센트)을 큰 폭으로 상회했다.
브랜드별로는 '조던'과 '컨버스' 브랜드가 매출 성장을 이끌었다. 특히 나이키가 마이클 조던을 내세워 만든 한정판 프리미엄 제품군인 조던 브랜드는 처음으로 매출이 10억달러를 돌파했다.
임은혜 삼성증권 연구원은 "나이키가 12% 증가한 98억달러, 컨버스가 15% 늘어난 4억8000만달러의 매출을 거뒀다"며 "나이키의 경우 연말 소비 시즌과 조던11 신제품 론칭에 따라 3분기 조던 브랜드 매출 성장이 기대되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디지털 매출이 38% 급증한 점이 특징이다. 미국 최대 쇼핑 시즌인 '블랙프라이데이'와 중국 알리바바가 광군제(독신자의 날·11월 11일)를 맞아 벌인 쇼핑행사 '11·11(쌍십일) 쇼핑 축제' 효과로 풀이된다.
나이키가 아마존에서 상품을 철수한 대신 자체 모바일 앱(응용프로그램) 등 온라인 전략을 강화한 점도 호실적 요인으로 꼽혔다. 온라인 강화 전략 덕에 백화점과 할인매장 등을 거치지 않는 나이키 직접 매출이 17% 뛰었다는 분석이다.
지열별로는 중화권 매출이 23% 급성장했다. 북미 지역 매출은 5% 늘었고, EMEA(유럽·중동)과 아시아 매출의 경우 각각 14%, 18% 증가했다.
나은채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디지털 핵심 성장 지역인 중국의 매출 기여도는 전체의 19%까지 상승했다"며 "2분기 전체 중국 매출 18억5000만달러 중 광군제에서만 약 5억달러의 매출이 발생한 것으로 파악된다"고 풀이했다. 그는 "2분기 말 중국에서 나이키 앱 서비스가 시작된 만큼 디지털화가 더욱 가속화될 전망"이라고 예상했다.
중국과 디지털 채널 확장을 바탕으로 향후에도 실적 성장 기조가 이어질 수 있을 것이란 관측이다.
김재임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혁신적인 상품 라인업 강화에 따른 평균판매단가(ASP) 상승, 디지털 판매 등 직접판매 비중 확대가 이어지면서 중장기적으로 수익성 상승세가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오정민 한경닷컴 기자 bloomi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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