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내 커플인 남편이 바람을 피운 것도 화가 날 일인데 불륜 상대가 같은 팀의 부하 직원이라면? 생각만 해도 울화가 치민다. 배우 이상윤은 최근 종영한 SBS 월화드라마 ‘VIP’에서 부하 직원과 바람피운 남편 박성준 역으로 많은 시청자를 분통 터지게 했다. 욕 세례를 맞은 이상윤은 “내가 어떤 말을 해도 변명처럼 들리지 않겠느냐”며 멋쩍어했다.
“살벌하더라고요. 하하. 그냥 제가 너무 싫대요. 외국 분들은 인스타그램 메시지로 ‘헤이트(hate)’라고 보내기도 하셨어요. ‘잘사나 보자’ ‘정신 차려라’ ‘팬이었는데 이 작품 보고 싫어졌다’ 등등. ‘왜 이런 역할을 맡았는지 실망했다’는 분들도 계셨어요. 그래도 캐릭터가 마음에 안 들어서 저까지 욕하는 거라면 괜찮아요.”
“속을 알 수 없고 감정을 쉽사리 드러내지 않는 인물을 연기해보고 싶어서” 이번 역할을 택했다는 이상윤. 좀처럼 감정을 나타내지 않는 박성준 때문에 시청자는 더 분노했고 답답해했다. 이상윤은 어떤 장면에서든 표정이 똑같다는 비판도 들었다. 평소 모범적이고 성실한 이미지가 강했기에 그의 연기는 시청자들에게 배신감마저 안겨주는 효과(?)를 거뒀다.
“성준이라는 인물이 많이 보이지 않을수록 더 궁금증을 유발한다고 생각했습니다. 불륜녀가 밝혀지기 전까지는 그 상대가 누구든 될 것처럼 또한 누구도 아닌 것처럼 모호하게 표현하려 했죠. 작가님이 성준이라는 인물을 설정할 때 저를 생각하면서 썼다고 합니다. 비도덕적 언행은 안 할 것 같은 사람, 모든 게 밝혀졌는데도 뭔가 반전이 있을 것처럼 느껴지는 인물, 작가님이 그런 느낌을 주는 배우를 찾고 싶으셨대요.”
SBS 일요 예능 ‘집사부일체’를 통해서도 2년째 시청자와 만나고 있는 이상윤. ‘VIP’에서의 박성준 캐릭터에 몰입한 일부 시청자는 예능에서 그의 바르고 진지한 모습을 위선적이라고 느끼기도 했다. 이상윤은 “예능에서 망가지는 모습 때문에 시청자가 드라마에 몰입하지 못하면 연기자로선 주객이 전도되는 건데, 드라마 때문에 예능을 안 보겠다는 착한 분도 계셨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매번 새로운 사부와 만나 그들의 삶을 경험해보고 교훈을 얻어간다는 게 ‘집사부일체’의 콘셉트다. 이상윤은 “‘집사부일체’를 하면서 새로운 걸 많이 알게 됐고 배우고 싶은 것도 많아졌다”고 했다. ‘집사부일체’는 예능이지만 그의 연기에 자양분이 되기도 한다. 이상윤은 “최근 나왔던 사부님을 통해서는 무용 같은 걸 하면 쓰지 않던 신체 부분을 깨워서 연기하는 데 몸을 더 활용할 수 있다는 걸 알게 됐다”며 “몸을 더 쓸 수 있게 해주는 운동이나 무용 같은 걸 해보고 싶다”고 밝혔다.
김지원 한경텐아시아 기자 bell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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