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원격의료, 일본·중국 병원에 점령당할 날 머지않았다

입력 2019-12-27 17:40   수정 2019-12-28 00:33

네이버가 자회사인 라인을 내세워 일본에서 원격의료 사업을 시작했다. 라인의 모바일 메신저로 원격의료 상담부터 진단, 처방약 택배서비스까지 제공할 예정이다. 국내에서는 원격의료가 금지된 탓에 해외에서 사업 돌파구를 찾은 것이다.

원격의료는 4차 산업혁명 시대 주요 산업인 ‘스마트 헬스케어’의 핵심 분야다. 원격의료를 중심으로 빅데이터, 사물인터넷(IoT), 인공지능(AI) 등을 접목시킨 스마트 헬스케어의 잠재력은 엄청나다. 중증(重症) 장애인, 고혈압 등 만성질환자, 도서·산간 주민이 손쉽게 혜택을 누릴 수 있어 국민보건 증진에도 도움이 된다. 이 때문에 미국 일본 등 선진국은 물론 태국 등 동남아 국가들도 일찌감치 관련 산업 육성에 적극 나서고 있다.

우리나라는 의사단체와 좌파 시민단체의 반대 탓에 20년 가까이 시범사업에 머물러 있다. 그 사이 의료 후진국이던 중국은 정부의 강력한 지원을 업고 원격의료(연간 이용자 1억 명) 등 첨단의료 분야에서 미국과 양강 구도를 형성하는 수준으로 올라섰다. 일본은 작년부터 원격의료에 건강보험을 적용하는 등 관련 산업을 집중 육성하고 있다. 반면 한국은 세계 최고 수준의 인력과 의료기술, 정보통신기술(ICT) 인프라를 갖추고도 갈수록 뒤처지고 있다. 규제에 막힌 원격의료 관련 업체들이 해외로 빠져나가고 있는 것이다.

원격의료에서 밀리면 첨단 의료서비스 시장에서 후진국으로 전락하는 것은 시간 문제일 것이다. 국경·지역 간 경계가 급속히 허물어지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의료 수요자가 안방에서 스마트폰으로 질병 상담·진단·사후관리까지 받는 것이 머지않아 보편화될 전망이다. 국내에서 틀어막으면 원격의료 수요는 경쟁국으로 흘러갈 가능성이 높다. 국내 수요자가 도쿄의대 병원, 베이징의대 병원 등 굴지의 대학병원 서비스를 손쉽게 이용할 수 있다면 국내 의료 기반이 흔들릴 수도 있다.

이런 시대 흐름을 외면하고 원격의료를 계속 금지한다면 기술·시장 선점효과가 큰 첨단 의료 분야에서 경쟁국들을 영원히 따라잡을 수 없을지도 모른다. 한국이 첨단 의료 선진국으로 올라설지, 후진국으로 떨어질지 기로에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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