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잔치는 아이의 첫 번째 생일을 축하하는 한국의 오래된 풍습이다. 과거에는 돌을 넘기지 못하고 세상을 떠난 아기가 많았기에 무사히 살아남았다는 뜻으로 잔치를 치러왔다. 현재에는 돌잔치가 '민폐'라는 인식이 자리 잡으면서 축소되고 있긴 하지만 여전히 우리 생활 속 한 모습으로 자리잡고 있다. 문제는 결혼, 출산이 불투명한 2030 세대들은 돌잔치 지출에 대한 적지 않은 부담을 느끼고 있다는 점이다.
비혼주의자 A 씨는 친구 아이의 돌잔치에 참석하지 못했다가 관계가 끝날 위기에 놓였다. A씨는 "과거에도 앞으로도 독신"이라며 "친구들도 모두 너무나 잘 알고 있는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한 친구가 아이 돌잔치를 한다고 연락이 왔다. 공교롭게도 A 씨는 회사 일 때문에 너무 바빠 돌잔치에 참석할 수 없었다. 축의금을 미리 전달하지 못해 카톡 메시지를 보냈다. 아이 옷이라도 사서 축하해 주고 싶었기 때문이다.
A 씨 친구는 "됐다"면서 냉랭한 반응을 보였다. 그 이후로 카톡을 보내도 답이 없었다.
다른 친구들에게 물어보니 도리어 "너 결혼 안 한다고 축하도 안 해 주는 거냐"며 빈정거렸다.
A 씨는 서운했다. 그는 "제가 결혼 안 한다고 했지만, 친구들 결혼식 때 얘기된 대로 수십만 원 씩 모두 축의금을 냈었다. 돌잔치가 뭐길래 이런 이야기를 들어야 하느냐"고 토로했다.
이어 "친구들에게 의미가 크다면 클 수 있는데 정말 시간이 나지 않았다. 그리고 축의금을 미리 전달할 정신도 없었다. 섭섭할 순 있겠지만 이런 반응은 정말 의외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저는 결혼 생각도 없고, 아이들에게 돌려받지 못한다는 걸 알면서도 기꺼이 축의금을 냈었다. 그런데 돌잔치 축의금 한 번 못 냈다고 이런 이야기를 듣는다니 이들이 저를 친구로 여기는 건지 의문"이라며 "친구가 아니라 호구였나"라며 자조했다.
네티즌들은 "언제까지 돌잔치를 하려는 거냐", "돌잔치는 제발 가족끼리 했으면", "친구들이 참 이상하다. 회사일로 바빠서 못 올 수도 있고, 축의금 한두 푼 못 받을 수도 있지, 그거가지고 서운하다니. 이해가 가지 않는다", "솔직히 축의금가지고 진정한 친구니 뭐니 떠드는 것 보면 한심하다. 미안해하며 뒤늦게라도 챙겨주려는 저런 마음을 무시하는 건 친구가 아니다", "돈 받을 때만 '헤헤' 거리는 친구는 필요 없다. 결혼식 때 30만 원 축의금 한거 돌려받고 연락 끊어라"는 등의 반응을 보였다.
잡코리아 설문조사에 따르면 직장인에게 가장 부담스러운 경조사 1위는 '돌잔치'였다. 한 직장인은 "결혼식 다녀온 게 엊그제 같은데 또 돌잔치 한다고 초대장 날리는 사람은 정말 눈치 없다. 아이가 아프다던지, 힘들게 낳았던 것 아닌 경우는 이해하기 힘들다. 아이 앞세워 수금하는 것 같다"며 일침했다. 반면 "돌잔치를 하던, 말던 개인의 자유"라며 "그래도 안 갔다고 서운해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의견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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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예랑 한경닷컴 기자 yesr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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