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농 5년 만에 매출 12억원, 생산량 90%를 직거래로 판매, 핵심 홍보 창구는 인스타그램….’
전북 고창군 부안면에서 유기농 이유식을 만드는 유기가공식품 인증기업 질마재푸드 이야기다. 서울에서 아동복 디자이너로 일하다 2014년 부모님과 함께 귀농한 주지은 대표(32·사진)의 ‘신세대 마케팅’이 눈부셨다. “30대 아이 어머니들과 소통하는 데 주력했습니다. 유통 구조를 직거래로 단순화하는 대신 제품 가격도 낮췄죠.” 이게 입소문을 타면서 매출 증가가 기대 이상으로 나타나고 있다는 설명이다.
최근 질마재푸드 본사를 방문해 주 대표를 만났다. 공장에서 포장 업무를 하다 인터뷰를 하러 나온 그는 작업복 차림이었다. 주문량이 밀려들어 저녁 늦게까지 작업복 차림으로 생활한다고 말했다.
전국 주요 이유식업체에서 아르바이트
전북대 의류학과를 졸업한 뒤 중견 아동복업체에서 안정적으로 일하던 주 대표가 귀농한 이유가 궁금했다. “디자이너라는 직업이 좋기도 했지만 체력적으로 많이 지쳐있었어요. 평소 아이들을 많이 좋아해 아동복을 디자인했는데, 옷 대신 이유식을 해보면 어떨까 생각했죠. 부모님과 논의 끝에 전주에서 부모님 고향인 고창으로 귀농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질마재푸드는 고창에서 재배한 유기농 벼로 이유식용 쌀과자, 쌀가루 등을 만든다. 소금, 설탕 등의 첨가물을 넣지 않고 쌀, 과일, 채소 등을 이용해 맛을 낸다. 쌀눈과 쌀껍질도 일부 남겨 영양분을 최대한 살린다고 주 대표는 설명했다.
주 대표는 귀농한 뒤 온 가족과 함께 제품 개발에 매달렸다. 첫 제품은 개발 4개월 만에 나왔다. 그러나 시행착오를 반복하면서 완성도를 높이는 데 2년 가까이 걸렸다. 주 대표는 거의 모든 경쟁 상품을 주문해 먹어봤다고 했다. 맛, 용량, 재료, 포장 등을 분석해 장점만 취합하고 싶었다.
상품 분석만으로는 부족하다는 생각에 이유식을 생산하는 농업법인에서 아르바이트도 했다. 두 곳에선 몇 달간 집중적으로 일하며 생산 노하우를 배웠다. 이런 식으로 전국을 돌며 수십 개 업체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거나 방문해 조언을 들었다. 문전박대당할 때도 있었지만 젊은 청년의 귀농을 반기며 충고를 아끼지 않은 선배 농부들도 많았다. 주 대표는 “품질이 안 좋으면 입소문은 오히려 해가 된다”며 “제대로 된 제품이 나오기 전까지는 홍보보다 개발에 매달렸다”고 말했다.
‘엄마 배려 마케팅’이 감동 포인트
30대 아이 엄마들을 감동시킨 건 품질뿐만이 아니다. 아이를 키우는 여성들의 상황을 세심하게 고려한 포장도 한몫했다. 질마재푸드는 포장 상자에 ‘아이가 자고 있어요. 초인종은 NO!’라는 문구가 적힌 프린트물을 붙여 배송한다. 아이가 잠시 자는 시간을 누리는 엄마의 행복을 깨고 싶지 않아서다. 질마재푸드 쌀과자의 크기가 다른 제품보다 큰 것도 주 대표의 배려가 녹아 있는 부분이다. 주 대표는 “칭얼대는 아이에게 쌀과자를 쥐여주면 금세 울음을 그친다”며 “그 사이, 엄마가 밥도 먹고 화장실도 가는 등 쉴 수 있는 시간을 더 많이 만들어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감사한 마음을 전하는 손글씨 메모를 배달 상자 안에 넣어 보내고, 따로 요청하지 않아도 다른 제품을 샘플로 보내주기도 한다.
연이어 쏟아지는 질문에 재빠르게 응답하는 것도 소비자 마음을 움직이는 요소로 꼽힌다. 육아하는 엄마들은 통상 아이를 재운 뒤 늦은 저녁에 질문을 올린다. 주 대표는 아무리 늦은 시간이라도 친절하게 응답한다. 시차가 큰 해외 고객들에게도 마찬가지로 응대한다. 주 대표는 “포스트잇에 손글씨를 쓰고 문의에 답하느라 정말 하루가 어떻게 가는지 모를 지경”이라며 웃었다. 질마재푸드 인스타그램 팔로어는 1만2000명에 달한다. 제품 포장지에 들어간 토끼 캐릭터인 ‘미미’도 주 대표가 디자인했다. 미미에 친근감을 보이는 소비자와 아이들이 많다고 했다.
주 대표는 인근 중·고교에 일일 강사로 나가거나 청년 농업인을 대상으로 마케팅 수업도 하고 있다. 주 대표는 “제가 필요한 사람에게 노하우를 전해주고 주변에 이로운 영향을 주고 싶다”고 말했다.
고창=FARM 김형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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