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연동형 비례대표제도를 도입하기 위한 공직선거법 개정안이 27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이날 국회 본회의는 시작하기도 전부터 자유한국당 의원들의 격렬한 항의 속에서 파행으로 치달으면서 국회선진화법 도입 취지가 무색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국회는 이날 본회의에서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이 강력히 항의하는 가운데 이른바 4+1(민주당ㆍ바른미래당 통합파ㆍ정의당ㆍ민주평화당+대안신당) 협의체가 제출한 선거법 개정안을 의결했다.
개정안은 지역구 253석·비례대표 47석 규모인 현재의 국회의원 의석구조를 유지하되 비례대표 의석 중 30석에 연동형 비례대표제도(연동률 50%)를 도입하는 내용이다. 연동형 비례대표 30석은 각 당의 지역구 당선자수와 정당 지지율 등에 따라 배분되며 나머지 17석은 기존대로 정당 득표율에 따라 나뉘게 된다.
앞서 자유한국당은 선거법 표결을 앞두고 안건 상정 순서를 문제삼으며 의장석 주변을 점거했다. 회의가 예정된 오후 3시보다 약 5분 앞서 본회의장에 들어선 한국당 의원 30여명은 국회의장석 연단 앞에 '대한민국을 밟고 가라' '공수처법 연동형 비례대표제 절대 반대' 등의 문구가 쓰인 플래카드를 펼쳐 세우고 농성을 시작했다.
본회의 개의가 지연되는 가운데 여야 의원들 사이 말싸움도 오갔다.
장제원 한국당 의원이 "이게 문희상 국회인가, 어제는 (본회의를 열지 않고) 잘 놀았나"라고 외치자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목소리만 크면 다인가, (국회선진화법 위반) 현행범 아닌가"라고 받아쳤다.
4시 32분께 문희상 국회의장이 본회의장에 들어서자 한국당 의원들이 일제히 문 의장을 에워싸며 입장을 저지하면서 장내는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됐고, 30분 넘게 개의가 늦어졌다.
한국당 의원들은 그야말로 '인간장벽'을 두르면서 문 의장이 의장석에 올라서지 못하게 막아서면서 "사퇴하라", "문희상을 규탄한다"라는 구호를 외쳤고, 민주당 의석에서는 "의사방해"라고 외치며 항의했다.
문 의상 쪽으로 "민주주의는 죽었다"고 쓰인 손피켓을 집어 던지는 이도 있었다. 이에 의장 경호원 10여명이 나서 통로를 확보하려 했으나 한국당 의원들이 버티며 심한 몸싸움이 벌어졌고, 급기야 문 의장은 질서유지권을 발동해야 했다.
한국당이 연단 위까지 점거한 채 연좌 농성을 풀지 않자 10분쯤 서서 기다리던 문 의상은 지친듯 본회의장 바깥쪽으로 물러서 의석에 주저앉고 말았다.
문 의장은 오후 5시 29분께 의장석 진입을 다시 시도했다. 문 의장이 한국당 의원들을 뚫고 올라서는 사이, 경호원들은 반대쪽 통로를 통해 한국당 의원들을 밀어내고 의장석에 올랐다.
겨우 의장석에 앉은 문 의장은 당초 예정된 시각을 2시간 40분 넘긴 오후 5시40분 본회의 개의를 선언했다. 문 의장은 표결방법에 대해 한국당과 민주당이 각각 신청한 안건을 잇달아 표결에 부쳤으며, 이들이 부결되자 선거법 상정과 표결을 강행했다.
5시 45분 한국당을 뺀 '4+1'(민주당·바른미래당·정의당·민주평화당+대안신당) 협의체가 제출한 공직선거법 개정안이 통과되자 본회의장은 야유와 고성으로 가득찼다. 한국당 의원들은 손피켓 뭉치를 의장석에 집어던지며 강력 반발하는 등 소란이 지속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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