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중권, 윤석렬에 서운하다는 박범계 정면 비판…"옛정 봐서 수사 접으라는 것"

입력 2019-12-28 20:52   수정 2019-12-28 20:53

윤석열 검찰총장을 향해 "대단히 서운하다"고 말한 박범계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발언을 두고,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가 28일 "옛정을 봐서라도 수사를 이쯤에서 접으라는 것이냐"고 비판했다.

진 전 교수는 "지금 윤석열 총장은 정권이라는 신체에 기생하는 그 암세포를 제거하는 중"이라며 "이것이 ‘토착왜구와 결탁한 검찰적폐’라는 것은 암세포의 입장이다"라고 주장했다. 그가 이처럼 발언을 하고 나선건 박 의원이 국회에서 진행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법안 관련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을 통한 합법적 의사진행 방해)의 찬성 토론자로 나서서 윤석열 검찰총장에게 "대단히 서운하다"고 밝힌데 따른 것이다.

박 의원은 윤 총장이 '국가정보원 댓글 사건' 수사 이후 대구고검과 대전고검으로 좌천됐다고 소개한 뒤 "(사법연수원 동기로) 윤 총장의 성격을 너무나 잘 아는 저는 불 보듯 뻔하게 (그가) 사표를 낼 것으로 예견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때 조 전 장관이 저에게 전화를 했다. 어떠한 경우에도 좋은 검사가 사표를 내게 해서는 안 된다는 당부와 부탁이었다"며 "제가 페이스북에 글을 쓰고자 한다고 했더니, 이왕 쓰는 김에 단단히, 호소하듯이 써주셨으면 좋겠다는 간곡한 부탁을 했다"고 발언했다.

박 의원은 "'윤석열 형'으로 시작되는 절절한 글을 페이스북에 올렸고 조 전 장관이 리트윗을 했다"며 "그렇게 지켜진 윤석열 검사였다"고 설명하고 "지금 윤 총장은 '윤석열표 수사'를 하고 있는데, 대단히 섭섭하다"고 말했다. 또 섭섭함을 토로하는 말을 거듭 언급하면서 감정을 드러내기도 했다.

이를 두고 진 전 교수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당장 한 가지 의문이 떠오른다. 박 의원이 이 귀한 얘기를 왜 이 시점에 하느냐는 것"이라며 "이 감동적인 일화는 진작에 소개됐어야 마땅하다"면서 숨겨진 의도가 있다고 봤다.

진 전 교수는 "조 전 장관은 거의 수사를 마친 상황이다. 가족 관련 혐의는 불구속 기소, 감찰 무마 건은 보강 수사를 거친다고는 하나 기각 결정문의 논리에 따르면 영장이 발부될 것 같지는 않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검찰에서 아직 해야 할 수사가 남아있다. 이(유재수 감찰 무마) 사건의 사실상 주범들에 대한 수사다"라며 "조 전 장관 혐의에 대한 수사는 일단락됐고, 검찰의 칼끝은 이제 민정수석에게 해선 안 될 짓을 시켜 곤경에 빠뜨린 친문(親文) 인사들을 향하게 됐다"고 적었다.

진 전 교수는 "일단 법원에서 ‘범죄사실이 소명됐다’는 판단을 받아냈으니 검찰에서는 버티는 전 민정수석을 강하게 압박할 것"이라는 추측도 덧붙였다. 이런 상황에서 박 의원이 대중의 심금을 울리는 감동적인 일화를 공개한 건, 옛정을 봐서라도 수사를 이쯤에서 접으라는 의도가 있다고 봤다.

그는 "윤석열 총장이 그런 신파극에 흔들릴 사람도 아니고, 그 사람들에 대한 수사를 접는다고 조국 전 민정수석에게 득이 되는 것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또 "저 정서적 호소는 조국 장관을 위한 것이 아니라, 그에게 감찰을 무마시키라고 압력을 넣은 그 사람들을 위한 것으로 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아래는 진 전 교수가 쓴 페이스북 전문이다.

김하나 한경닷컴 기자 han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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