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입가경' 한진家, 남매 간 분쟁에서 가족 전쟁으로 번지나

입력 2019-12-29 10:24   수정 2019-12-29 1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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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진가의 갈등이 '남매의 난'에 이어 '가족의 난'으로까지 번지는 모양새다. 주주총회를 불과 3개월 앞두고 갈등의 골이 깊어져 경영권 분쟁이 본격화될 지 재계 안팎의 관심이 쏠린다.

29일 재계에 따르면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은 성탄절인 지난 25일 서울 평창동에 있는 어머니 이명희 전 일우재단 이사장(정석기업 고문)의 집에서 심한 말다툼을 벌이고 불쏘시개로 집안 물건을 부수며 소란을 피운 것으로 알려져 파문이 일었다.

이 과정에서 이 전 이사장은 상처를 입기도 했다. 조원태 회장이 화를 내며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는 과정에서 근처에 있던 화병이 깨졌고, 이 전 이사장이 팔에 상처를 입은 것이다. 현장에는 조현민 한진칼 전무도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언쟁의 발단은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이 최근 발표한 입장문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조 전 부사장은 입장문을 통해 조원태 회장이 공동 경영의 유훈과 달리 그룹을 운영해 왔으며, 가족 간의 협의에 무성의로 일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앞서 지난 4월 조원태 회장은 "가족들과 잘 협력해서 사이좋게 이끌어 나가라고 하셨다"며 고(故) 조양호 회장의 유훈을 전한 바 있다.

그러나 고 조양호 회장의 유언을 놓고 남매가 엇갈린 해석을 하면서 양측의 갈등은 골이 깊어지고 있다. 재계 안팎에선 남매의 갈등이 쉽사리 봉합되진 못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현재 조원태 회장은 선친의 뒤를 이어 그룹을 총괄하고 있다. 반면 장녀인 조현아 전 부사장은 '갑질 사건' 이후 여전히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 있다. 지난달 말 정기 임원 인사에서 조 전 부사장이 복귀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지만, 공개된 명단에 조 전 부사장의 이름은 빠져 있었다.

이후 조 회장은 자신의 측근으로 '물갈이' 인사를 단행, 그룹 경영권의 주도권 확보에 열을 올리면서 조 전 부사장의 입지가 좁아졌다.

그러나 조 회장이 이명희 전 이사장과 심한 언쟁을 벌였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일각에선 이 전 이사장이 큰 딸의 손을 들어준 것이 아니냐는 추측이 나온다.

현재 이 전 이사장은 지분 5.31%를 보유하고 있어 '캐스팅보트'를 쥐고 있다. 조 회장과 조 전 부사장의 한진칼 지분은 각각 6.52%와 6.49%로 0.03%포인트 차이에 불과하다. 여기에 총수 일가의 경영권을 위협해 온 KCGI는 지분율을 17.29%로 끌어올린 상태다. 조현민 한진칼 전무(6.47%)의 선택도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갈등이 봉합되지 못한다면 삼남매가 계열사를 모두 쪼개 나눠가질 것이라는 추측이 나오지만, 고 조양호 회장이 지주회사인 한진칼을 정점으로 하는 지배구조를 만들어 놓은 만큼 이 가능성 또한 작다는 분석이 나온다.

조 전 부사장이 경영에 복귀한다고 해도 조 회장이 "이익이 나지 않는 사업은 버리겠다"고 밝힌 만큼 호텔 사업을 계속 끌고 나갈지는 미지수다. 대한항공 노동조합이 조 전 부사장의 경영 복귀에 반대하는 것도 부담이다.

최근 노조는 성명에서 "조 전 부사장은 경영 복귀의 야욕을 드러내지 말고 사회적으로 인정할 만한 자숙과 반성의 시간을 보내는 것이 선행돼야 한다"며 "모든 수단과 방법을 통해 조 전부사장의 경영 복귀 반대 투쟁을 강력히 전개하겠다"고 주장했다.

채선희 한경닷컴 기자 csun00@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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