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새 승리 위한 정책 상정"…北 '경제중시→核우선' 방향 트나

입력 2019-12-29 17:43   수정 2019-12-30 01:11

북한이 스스로 못 박은 비핵화 협상의 ‘연말 시한’을 앞두고 노동당 제7기 제5차 전원회의를 지난 28일 열었다. 북한이 ‘크리스마스 선물’을 언급하며 도발 가능성을 내비쳐온 만큼 대미 강경 분위기는 전원회의에도 반영될 것으로 보인다. 북한이 핵실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시험을 감행하며 미국과 대결하던 ‘강경노선’으로 회귀하기 위한 ‘예고편’을 선보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전략적 지위 강화’ 재차 언급

북한 매체들은 29일 “중중첩첩 겹쌓이는 가혹한 시련과 난관을 박차며 혁명 발전을 더욱 가속시키고 당 건설과 당 활동, 국가 건설과 국방 건설에서 나서는 중대한 문제들을 토의하기 위해 전원회의를 열었다”고 전했다. 또 “주체혁명 위업 수행에서 새로운 역사적 전환이 일어나는 관건적인 시기에 진행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회의가 열리는 상황에서 나온 보도여서 구체적인 내용은 언급되지 않았다. 미국을 향한 메시지도 나오지 않았지만 ‘가혹한 시련과 난관’이란 언급을 통해 미국을 필두로 한 국제사회 제재에 굴하지 않겠다는 의도를 드러냈다.

조선중앙통신은 이날 회의에 대해 “우리 국가의 전략적 지위와 국력을 가일층 강화하고 사회주의 건설의 진군 속도를 비상히 높여나가기 위한 투쟁노선과 방략이 제시될 것”이라며 “우리 당 역사에서 거대한 의의를 지닌다”고도 평가했다.

북한이 ‘전략적 지위 강화’를 언급한 것을 두고 대북 전문가 사이에서는 북한이 ICBM 등 전략 무기를 전면에 내세우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그간 중점을 둬온 경제보다 국방력에 다시금 무게추가 이동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다. 북한은 이달 7일과 13일 동창리 서해위성발사장에서 ICBM 엔진과 관련된 것으로 추정되는 시험을 했을 때도 “전략적 지위에 영향을 미칠 중대한 시험을 했다”고 발표했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연구소 교수는 “국가의 전략적 지위를 가일층 강화한다는 표현은 핵미사일 강국 건설 강화를 시사하는 의미로 해석된다”고 분석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북한연구센터장은 “북한이 핵보유국 지위를 강화하면서 경제발전을 지속하기 위한 노선과 방침을 제시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다만 “국제사회의 초강력 대북 제재 속에서도 북한의 입장을 최대한 배려해주고 있는 중국 및 러시아와의 관계가 악화되는 것은 피해야 하기 때문에 새로운 노선을 얼마나 구체적으로 대외에 공개할지는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했다.

北, 경제 중시 포기 못할 것

북한이 경제 중시 노선을 포기하지 못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이번 회의에서 ‘사회주의 건설의 진군 속도를 높이겠다’는 대목에서 경제와 관련한 의지를 반영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김병연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김정은의 가장 큰 고민은 여전히 제재 충격 완화에 있다”며 “북한이 대외적으로 어떤 말을 하더라도 실제론 경제상황을 후순위로 두고 무력 도발에 나서지는 못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북한은 지난해 4월 ‘경제 건설과 핵무력 건설 병진노선의 위대한 승리를 선포함에 대하여’란 제목의 결정서를 통해 “핵시험과 ICBM 시험 발사 중지”, “북부(풍계리) 핵시험장 폐기”를 선언하고 ‘경제건설 총력집중’의 새 ‘전략적 노선’을 채택했다. 한반도에 평화 분위기가 조성되면서 나온 파격적 결정이었다. 이후 줄기차게 제재 완화를 요구해왔다.

북한은 베트남 하노이 미·북 정상회담 결렬 이후 열린 지난 4월 전원회의에서도 “제재로 우리를 굴복시킬 수 있다고 오판하는 적대세력에 심각한 타격을 줘야 한다”고 했지만 ‘자력갱생에 의한 경제건설’ 노선을 제시하며 경제를 후순위로 돌리지 않았다.

다만 김정은의 신년사를 불과 며칠 남겨두지 않은 상황이라 전원회의 결정이 회의 후에도 발표되지 않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 경우 전원회의에서 논의된 중요 노선 전환 등 구체적인 내용은 내년 1월 1일 나오는 김정은의 신년사를 통해 공식화될 전망이다. 당 최고 의사결정기구인 전원회의 결정이라는 형식적 절차를 매듭짓고 중요한 정책노선의 전환을 김정은의 입을 통해 직접 내놓겠다는 시나리오가 유력하다는 분석이다.

임락근 기자 rkl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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