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대 위에서 열정을 쏟아내는 김준수(XIA)의 모습은 뮤지컬 배우로서도, 가수로서도 한결 같았다. 이틀 간 콘서트를 열고 1만2000명의 팬들 앞에 선 그는 다채로운 매력으로 연말을 뜨겁게 물들였다.
김준수는 29일 오후 서울 강남구 코엑스 D홀에서 연말 콘서트 '2019 XIA 발라드&뮤지컬 콘서트 위드 오케스트라 Vol.6(2019 XIA Ballad&Musical Concert with Orchestra Vol.6)'를 개최했다. 지난 28일에 이은 2회차 공연이었다.
'발라드&뮤지컬 콘서트'는 6년째 이어오고 있는 김준수의 시그니처 연말 공연이다. 아름다운 선율의 오케스트라에 김준수의 목소리가 어우러져 뮤지컬과 발라드의 전율을 동시에 느낄 수 있는 명품 공연으로 잘 알려져 있다. 약 3년 만에 열린 이번 공연은 예매 시작 단 5분 만에 준비된 1만2000석(양일 기준)이 매진됐다.
김준수는 가수뿐만 아니라 뮤지컬 배우로도 눈에 띄는 활약을 하고 있다. 2010년 뮤지컬 '모차르트!'로 데뷔 후 '천국의 눈물', '엘리자벳', '디셈버', '드라큘라', '데스노트', '엑스칼리버' 등 다수의 작품을 통해 뮤지컬 한류를 이끌었다. 그는 남다른 캐릭터 소화력과 풍부한 감성, 폭발적 가창력으로 막강한 티켓 파워를 과시하고 있다.
지난해 제대 후 첫 복귀작으로 과거 매진 신화를 썼던 '엘리자벳'을 택한 김준수는 이어 출연한 4년 만의 창작 초연작 '엑스칼리버'로도 변함없는 흥행 기운을 자랑했다. 내년 2월에는 뮤지컬 '드라큘라'로 컴백한다.
이날 공연 초반부는 지난 8월 막을 내린 뮤지컬 '엑스칼리버'의 넘버들로 꽉 채워졌다. 극중 아더 역을 맡았던 김준수는 '오래전 먼 곳에서'로 '발라드&뮤지컬 콘서트'의 포문을 열었다. 이어 멀린 역의 손준호가 무대에 올라 김준수와 함께 '이야기 되는 이야기'를 불렀다. 실제 뮤지컬 무대를 그대로 가져다 놓은 듯한 웅장한 오케스트라 연주에 두 사람의 연기 호흡이 더해져 단숨에 몰입감을 높였다.
'난 나의 것'까지 소화한 김준수는 마지막 날 공연 역시 "열심히 해보겠다"는 각오를 다진 후 계속해 '엑스칼리버'의 감동을 선사했다. 그는 단단한 보컬에 디테일한 연기를 곁들여 '내 앞에 펼쳐진 이 길'로 뮤지컬의 하이라이트 장면을 완벽하게 재연해냈다. 무대는 김준수 단 한 명의 존재감으로도 빈틈없이 가득 메워졌다. '심장의 침묵'부터 손준호, 장은아와 호흡한 '이게 바로 끝'까지 전율이 느껴지는 뮤지컬 무대의 향연이 이어졌다.
무대를 마치고 김준수는 손준호와 장은아에게 "요즘 '레베카'와 '빅피쉬'를 각각 하고 계신데 이렇게 와 주셨다"며 고마움을 전했다. 이에 손준호와 장은아는 준비한 선물과 편지를 건네 훈훈함을 자아냈다. 장은아는 "이런 콘서트에 초대해 준 것도 고맙고, 평소에 김준수가 굉장히 잘 해준다"며 고마워했다.
김준수 하면 보컬리스트로서의 영향력도 빼놓을 수 없다. 지난 11월 군 제대 후 개최한 컴백 콘서트 '웨이 백(WAY BACK)'은 티켓 오픈이 시작되자마자 1분 만에 전석 매진을 기록했다. 이어진 일본 투어에서도 총 7회의 콘서트 동안 도쿄, 고베, 나고야까지 공연장을 팬들로 가득 채웠다. '발라드&뮤지컬 콘서트'에서는 뮤지컬 배우 김준수에 이어 가수 김준수의 무대 또한 만나볼 수 있었다.
김준수가 작사, 작곡한 '눈이 오는 날에는'으로 발라드 파트가 시작됐다. 강렬하고 폭발적인 감정 표현이 인상적이었던 뮤지컬 파트와 달리 김준수는 한층 부드럽고 섬세한 보컬로 관객들의 마음을 어루만졌다. 노래가 끝나고 그는 "군대에 있을 때 첫눈을 보며 만든 노래다. 가끔 외출이나 외박을 할 때마다 세상은 내가 없었던 것처럼 흘러간다고 느꼈다. 누구보다 사랑 받았던 자리에 있었지만 우주에서 바라보는 지구에서의 나는 한 톨의 먼지에 불과하다고 생각했다. 감히 그런 소외감과 함께 작은 행복과 감사함을 느끼던 시기였다"고 설명했다.
이어 "당시 이경이었는데 첫눈을 보면서 슬픈 감정도 있고, 기쁜 감정도 있었다. 그러다 여러분들 앞에서 노래하던 순간이 문득 떠올랐다. 그 기억이 너무 행복하고 감사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눈을 여러분들도 보고 있을까' 하는 추억에 젖어 팬들을 향한 감사함을 노래로 표현했다"라고 덧붙였다.
이후 팬들과 친밀하게 소통하는 '지니타임' 코너를 지나 김준수는 본격적으로 발라드 무대의 진수를 선보였다. 먼저 관객들에게 친숙한 타 아티스트들의 인기곡을 모아 특별한 무대를 만들었다. 간결한 어쿠스틱 반주를 바탕으로 윤하의 '기다리다'를 부른 그는 유재석·이적의 '말하는 대로', 윤종신의 '좋니'까지 열창하며 감미로운 음색과 애틋한 감성에 집중할 수 있도록 했다.
목소리 하나로 공감과 위로를 주는 김준수의 매력이 빛을 발하는 순간이었다. 특히 그는 '말하는 대로' 무대에 앞서 최근 MBC '공유의 집'에 출연했던 것을 언급했다. 해당 방송으로 김준수는 10년 만에 지상파 방송에 복귀해 화제를 모은 바 있다. 김준수는 "여러분들이 그걸로 잠시나마 웃고 행복할 수 있었다는 걸로 좋다. 물론 그 행복이 지속된다면 더 행복하겠지만 정말 기뻤다"고 말했다.
이어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게 물론 팬분들의 사랑과 응원 덕분이었지만 여러분이나 저나 '언젠가는 되겠지', '할 수 있을 거야'라는 마음을 먹어서 버틸 수 있었다"며 "아직 갈피를 못 잡은 분들께 힘이 되고자, 또 내년을 맞이하자는 의미에서 준비해본 노래"라고 소개해 박수를 받았다.
보컬리스트로서의 진가를 아낌없이 느낄 수 있는 대표곡 무대도 이어졌다. 김준수는 '믿어요'를 시작으로 '마이 리틀 프린세스(My little princess)', '꼬마야', '돈트 세이 굿바이(Don't say goodbye)', '약속했던 그 때에', '러브 인 디 아이스(Love in the ice)'까지 열창하며 추억과 감동이 있는 무대로 공연장을 가득 채운 팬들에게 따스한 여운을 남겼다.
김수영 한경닷컴 기자 swimming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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