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재현 칼럼] 겨울철 보습제 고르기

입력 2019-12-30 18:23  


어느덧 2019년도 저물어가고, 어김없이 겨울이 찾아왔습니다. 연말연시라 추운 바깥을 돌아다니다 보면 어느새 피부가 건조하고 당기다 못해 심하면 하얗게 일어나기도 합니다. 한 해 동안 잘 버텨준 소중한 나의 피부. 도와줄 방법은 없을까요?

피부관리에서 가장 신경 써야 할 부분은 자외선 차단과 세안 그리고 보습입니다. 이중에서 굳이 어느 것이 더 중요하냐고 묻는다면, 겨울철에는 단연 보습입니다. 겨울에는 여름보다 자외선이 강하지 않고, 세안하는 시간은 잠깐이지만 보습제는 계속 남아서 종일 피부에 영향을 주기 때문입니다. 특히 건강한 피부를 위해서는 약산성의 상태를 유지해주는 것이 매우 중요한데 이러한 피부의 산도는 클렌저보다 보습제가 훨씬 중요합니다. 

1. 세 가지 주요 성분 – 세라마이드, 콜레스테롤, 자유지방산

이들은 피부의 보습을 유지하는 데 가장 중요한 성분들입니다. 3:1:1의 비율로 우리 피부에 존재하여 피부를 보호하는 피부 장벽의 역할을 합니다. 이 세가지 혹은 유사 물질이 비슷한 비율로 보습제에 함유되어 있다면 피부에 잘 스며들게 되고, 보습에 유리해집니다. 또한 화장품속에 이 세  가지가 많아지면 자연스럽게 pH가 낮아지는 효과가 있어 피부의 약산성을 유지하는 데도 유리합니다. 하지만 이중 세라마이드는 비교적 고가로 성분 함유량이 많으면 가격이 비싸지는 단점이 있습니다.

2. 수분감이 많은 것 – 휴멕턴트, 밀폐제?

보습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두 가지 개념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피부에 수분을 끌어당겨 주는 역할을 하는 휴멕턴트, 그리고 끌어당겨진 수분이 다시 증발하여 나가지 않도록 막아주는 밀폐제입니다. 휴멕턴트의 대표적인 예로 글리세린, 소듐히알루로네이트같은 성분들을 들 수 있는데, 화장품 뒤편의 성분표에서 위쪽에 있을수록 함량이 높아지게 됩니다. 주의할 점은 공기 중이나 몸 안의 수분이 부족한 상태에서 이런 휴멕턴트 위주의 제품을 과다하게 바르게 되면 표피에 수분을 유지하기 위해서 진피에 있는 수분을 끌어 쓰기 때문에 오히려 건조함을 느끼게 됩니다. 이런 이유로 건조한 피부에서는 휴멕턴트 위주의 화장품을 쓰면서 미스트를 분사하거나 물을 많이 섭취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밀폐제의 대표적인 예는 여러 오일류, 바셀린으로 유명한 페트롤라툼, 스쿠알란, 시어버터,  콜레스테롤, 세라마이드 같은 것들이 있습니다. 이들은 피부 각질층에 막을 형성해 수분이 증발하는 것을 막아주기도 하지만 탈락하는 각질세포 사이의 공간을 채워 부드러운 표면을 가질 수 있게 해줍니다. 즉, 울퉁불퉁한 각질 세포의 경계를 편평하게 만들어서 더 많은 빛 굴절률을 가지게 하고, 난반사를 줄여주기 때문에 흔히 이야기하는 ‘물광 피부’가 되는 것입니다.
보통 화장품에는 이러한 휴멕턴트와 밀폐제가 동시에 들어가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하지만 너무 과도할 정도로 많은 보습제를 사용하게 되면 피부가 짓무르거나 모공을 막아 여드름과 같은 증상이 생길 수도 있어서 적절히 피부 상태에 맞게 사용해야 합니다. 팁을 드리자면 겨울철 모공에 피지가 끼여 넓어진 경우 크림이 많은 제품을 사용해 살살 롤링하듯 마사지하고 다음날 물로 씻어내면 박혀있던 피지가 녹여지는 효과가 있습니다. 일종의 피지 조성을 바꿔주는 방법인데, 중요한 약속이 있다면 한 번씩 써볼 만한 방법입니다.

3. 무조건 성분이 많은 것이 좋을까?

그렇지 않습니다. 화장품에는 보통 15~45가지 정도의 성분이 들어가게 됩니다. 물론 성분이 많으면 각각의 효과가 더 나는 것으로 생각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일반적인 저항성 피부에서는 문제가 없겠지만, 민감한 피부라면 이들 성분 하나하나가 본인 피부와 맞는지 아닌지 모두 테스트를 할 방법이 없습니다. 따라서 성분은 가능하면 적고, 위에서 말한 피부 장벽을 이루는 세라마이드, 콜레스테롤, 지방산이 적절히 함유된 보습제를 사용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4. 토너, 로션, 크림 모두 사야 할까?

보통 같은 회사에서 나오는 토너와 로션, 크림 등을 보면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성분은 거의 같고 제형의 차이만 있습니다. 화장품은 기본적으로 수분이 잘 들어가게 해주는 것들로 구성되어 있고 물이 많냐 기름이 많냐에 따라 토너 같은 묽은 제형, 혹은 크림 같은 진득한 제형으로 나뉘게 됩니다. 따라서 이것저것 너무 많은 화장품을 사용하기보다는 가능하면 로션을 사용해보고 건조하다면 크림으로 바꾸고, 크림도 건조하다면 두 개를 같이 쓰거나 오일을 쓰는 방법이 안전합니다. 쉽게 말해 유분이 부족하면 유분기가 많은 제형을 쓰면 되고, 이때 피부가 건조하지 않다면 본인과 잘 맞는 제형이라 생각하면 됩니다.

지금까지 자신에게 맞는 보습제에 대한 이야기를 해봤습니다. 최근 들어 미세먼지, 환경오염, 잘못된 생활습관 탓으로 민감성 피부 환자가 많이 늘어나는 추세입니다. 피부가 민감해졌다는 것은 피부 장벽이 손상돼 피부 면역력이 떨어졌다는 의미입니다. 이럴 때는 피부 장벽을 복구해주는 성분을 통해 부족해진 피부 면역력을 보충해주는 것이 화장품의 주된 역할입니다.

하지만 이때 가장 중요한 것은 내 피부에 맞는 제형과 질감을 가진 제품을 고르는 것입니다. 지성 피부에게 좋은 성분이라고 너무 끈적하고 기름기있는 화장품을 추천할 경우 문제가 될 수 있고, 반대로 보습에만 집중하려고 너무 순한 클렌징을 하게 되면 모공에 박힌 피지 등이 배출되지 못해 오히려 염증을 유발할 수 있습니다. 피부와 화장품에 있어 획일화된 정답은 없습니다.

닥터미 천재현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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