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선작을 놓고 끝까지 겨룬 것은 송은유와 김건홍 작품이었다. 송은유의 ‘화분의 위의(威儀)’는 언어를 자기식으로 감각 있게 형상화하는 능력이 수준급이고 자기 내면의 이야기를 하면서도 시대의 풍경들을 그릴 줄 안다는 점이 매혹적이었다. 반면 부분 부분 문학적 상투성을 극복하지 못한 표현들이 아쉽다는 지적이 있었다.
숙고와 토론 끝에 당선작으로 결정한 김건홍의 ‘릴케의 전집’은 간결하고 압축적이면서도 비의와 상징성이 풍부하다는 점, 열린 서사 구조가 다양한 해석을 가능케 하고 긴 여운을 남긴다는 점이 동봉한 시편들의 편차마저도 금방 극복할 수 있는 가능성으로 보이게 했다. 앞으로 한국 시의 새로운 지층의 결을 보여주리라 기대하며 흔쾌하게 축하의 말을 전한다. 아울러 모든 응모자에게 심심한 위로의 말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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