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이 연말을 맞아 토지 및 건물에 대한 자산재평가를 실시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부채비율을 낮춰 재무구조를 개선하고 주가도 일부 부양하기 위해서다.
31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소프트웨어개발업체 이스트소프트는 최근 서울 서초동과 제주 영평동에 있는 토지와 건물 등에 대한 재평가를 실시했다. 토지는 장부가액이 종전 237억원에서 재평가 후 473억원으로 늘었다. 건물 장부가액도 127억원에서 148억원으로 증가했다. 토지와 건물의 재평가 차익이 각각 236억원, 21억원 발생했다. 이 둘을 합한 재평가차액 총액은 전체 자산의 약 25%에 달했다.
영상과 음향기기를 제조하는 대성엘텍도 최근 경기 평택시 세교동과 서울 가산동 토지를 재평가했다. 2019년 10월 말 기준 이들 토지의 장부가액 총액은 110억원이었지만 재평가 후 179억원으로 뛰었다. 재평가차익(69억원)은 자산총액의 6.7% 수준이었다. 이번 자산재평가로 대성엘텍 부채비율은 205%에서 180%대로 낮아진 것으로 추정된다.
서부T&D와 티에이치엔 역시 재무구조개선을 목적으로 토지와 건물에 대한 자산재평가를 하기로 결정한 상태다.
자산재평가는 기업이 갖고 있는 토지 건물 등 유형 자산을 구매 당시 가격이 아니라 현재의 시장 가격으로 평가하는 것을 말한다. 기업들이 재무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주로 활용한다. 자산재평가 차익은 기타포괄이익으로 회계처리돼 자기자본을 늘리고 부채비율을 떨어뜨리는 효과를 낸다. 게다가 미실현이익이라 배당가능재원에서는 제외된다. 기업으로선 배당을 늘려야 하는 부담을 갖지 않고도 재무구조를 개선할 수 있다.
다만 IB업계 관계자는 “자산재평가 차익은 회계상 평가 차익일 뿐”이라며 “기업의 근본 가치를 높이는 것은 아니라는 점에서 투자에 주의가 요구된다”고 말했다.
김은정 기자 ke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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