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4차 산업혁명과 인재육성

입력 2019-12-31 16:56   수정 2020-01-01 02:23

지금으로부터 정확히 31년 전 방영된 만화영화 ‘2020년 우주의 원더키디’ 주인공은 과연 아버지를 찾았을까?

2020년의 미래와 우주 이야기를 다룬 공상과학 애니메이션인 이 만화영화는 우주선을 타고 우주여행을 할 정도로 과학기술은 발전했는데 인구 급증, 환경 오염으로 인류가 피해를 본다는 내용을 그렸다. ‘21세기 디스토피아’를 다룬 작품이다.

이 영화는 필자가 대학교수로 부임한 1989년 방영됐다. 주인공이 우주여행을 떠난 아버지를 찾아 나선 장면이 새삼 떠오른 것은 올해가 벌써 2020년이기 때문이다. 이 영화를 주제로 학생들과 미래사회 변화에 대해 열심히 토론했던 기억이 난다.

인구는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지구인과 우주인이 서로 레이저 총부리를 겨누는 새로운 전쟁이 도래한다고 표현한 만화는 지금의 2020년과는 사뭇 다르다. 한국 사회와 대학이 직면한 4차 산업혁명은 만화영화의 미래 모습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4차 산업혁명을 선도할 교육을 하려면 필요한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실습 기자재와 교육시설은 물론, 교수도 필요하다. 무엇보다 교육을 받을 학생이 반드시 필요하다. 만화처럼 인구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었다면 학생 수 걱정이 없을 텐데, 현실에선 인구 감소로 인한 학령인구 급감이 대학에 재앙으로 다가왔다.

인공지능은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고 있다. 사람의 언어뿐 아니라 행동이나 표정 같은 비언어적 표현도 섬세하게 이해한다. 빅데이터를 수집해 사람이나 기업이 어떤 물건을 주문할지 예측하는 시스템은 이미 우리 곁에 와 있다. 드론은 해체장비나 약품을 장착하면 재난구조용으로, 무기를 달면 공격용으로 활용할 수 있다.

인공지능, 빅데이터, 드론 같은 첨단산업이 미래사회를 이끌 자원이라는 점에는 이견이 없다. 하지만 얼마나 많은 재정투자와 인력이 필요할지는 미지수다. ‘필요한 만큼’이라는 단서조항이 붙더라도 재정 지원이 원활히 이뤄질지 현재로선 아직 불투명하다. 미래 인재를 키워내야 하는 대학에 이런 암울함이 드리워져 있다.

대학 총장으로 1년간 일해보니 만화영화 주인공이 아버지를 찾아 우주로 떠난 마음이 왠지 이해가 된다. 필자는 오늘도 간절하고 절실한 마음으로 학생을 찾아, 재정을 좇아, 4차 산업혁명 인재를 가르칠 교수를 찾아 잰걸음을 한다. 만화영화 주인공도 필자도 두 다리 쭉 뻗고 잠을 청하는 2020년이 됐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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