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수처가 있었다면 조국 비리 수사 가능했을까" 교수 눈물 핑 돈다는데 냉랭한 서울대생들

입력 2020-01-01 08:37   수정 2020-01-02 17:44



"공수처가 있었다면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비리 수사가 가능했을까. 박근혜 때 공수처가 있었다면 우병우 전 민정수석 기소를 생각할 수 있었는가."

공수처(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법안이 지난달인 12월 30일 국회를 통과했다. 지난 4월 29일 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된 지 8개월 만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 1호이자 검찰개혁의 상징적 법안으로 꼽혀온 공수처법이 17년 만에 입법화되면서 그 상징성과 의의가 큰 것으로 평가되는 상황에서 조국 전 장관은 공수처법 통과 소식에 "눈물이 핑 돌 정도로 기쁘다"고 소감을 올렸다. 반면 공수처에 반대했던 자유한국당이 법안 강행 처리에 항의하며 의원직 총사퇴를 결의해 내년 총선까지 정국은 싸늘할 전망이다.

이런 가운데 조 전 장관이 재직중인 서울대에서 스누라이프 게시판 내 공수처법 통과에 관한 긴급설문조사가 지난 달 30일부터 진행돼 눈길을 끈다.


서울대 재학생과 졸업생들만 참여가 가능한 이번 설문에서는 응답자의 약 91%가 공수처법에 반대한다는 의사를 밝혔다.

찬성은 6%며 모르겠다는 응답은 2%였다.

한 이용자는 "고위 공직자 기소는 지금도 가능하다. 조 전 장관을 기소한 것만 봐도 그렇다. 지금까지 문제가 있었던 이유는 검찰이 정권 눈치보느라 정권 관련 인사나 여당인사 수사를 제대로 안한건데 윤석열 검찰총장이 잘하고 있으므로 문제가 없다"면서 "지금 법안은 권력 사건을 자동으로 공수처에 옮겨야 하는 의무가 있는데 마치 박근혜 정권에서 최서원(개명전 최순실) 사건을 박근혜 전 대통령을 보위하는 별도 수사처가 수사하는 것이랑 같다. 수사를 제대로 안하고 묻어도 아무도 알 수 없다"고 지적했다.<hr style="display:block !important; margin:25px 0; border:1px solid #c3c3c3" /> 금태섭 의원 소신투표 했다가 민주당 집중포화 당해

범여권 '4+1'(더불어민주당·바른미래당·정의당·민주평화당+대안신당) 협의처가 낸 공수처법은 국회 본회의가 열린 뒤 한국당 의원들이 퇴장한 가운데 재적 의원 177명 중 찬성 160명, 반대 14명, 기권 3명으로 가결됐다. 총 반대·기권표를 낸 17명 중 금 의원을 제외한 16명은 모두 바른미래당 의원이었다.

금 의원은 검사 출신으로, 여러 차례 기소권과 수사권을 독점하는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1호 공약이기도 한 공수처법에 반대 입장을 고수해왔다.

앞서 금 의원은 지난 4월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공수처 설치가 검찰개혁에 도움이 되는 것이 아니라 일종의 장애물로 작용하고 있다"며 "만일 설치에 성공한다면 오히려 개혁과는 정반대 방향으로 갈 위험성이 크다"고 언급했다.

이어 지난 11월 YTN라디오 '노영희의 출발 새아침'에서 금 의원은 "공수처법을 두고 마지막까지 토론해서 고칠 부분이 있으면 고쳐야 한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실제 공수처법 표결에서도 금 의원이 당론과는 다르게 소신을 지키고 기권했다는 사실이 전해지자 금 의원은 곧장 문 대통령과 민주당 지지자들의 표적이 됐다.

표결 이후 금 의원의 SNS를 비롯해 민주당 권리당원 게시판,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는 '금태섭, 한국당으로', '탈당해라', '금태섭 아웃', '당신은 왜 민주당에 있는가' 등 비판을 넘은 비난의 글이 쇄도했다.

민주당 지도부도 금 의원에 대해 유감을 표하며 조치할 것을 예고했다. 홍익표 민주당 수석대변인이 공수처법 가결에 관한 국회 현안 브리핑을 마친 후 기자회견서 "당론인데 기권표가 나온 것은 유감"이라며 "그(금태섭)에 대해선 당 지도부에서 검토 후 판단할 것"이라고 전했다.

공수처법에 반대했다가 이날 찬성으로 돌아선 주승용 의원은 “다행스럽게도 4+1 협의체가 독소조항이라고 지적했던 부분을 수정해서 후속 합의문을 만들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공수처법에서 구체적으로 어떤 부분이 수정됐는지는 언급하지 않았다.
<hr style="display:block !important; margin:25px 0; border:1px solid #c3c3c3" /> 조국 "공수처법 통과, 눈물 핑돌 정도로 기쁘다"
조 전 장관은 공수처법 국회 본회의 통과한 직후 페이스북에 “문재인 정부 핵심 국정과제였던 공수처법이 드디어 국회를 통과했다. 1954년 형사소송법 제정 이후 철옹성처럼 유지된 검찰의 기소독점에 중대한 변화가 생긴 것”이라고 적었다.

조 전 장관은 이어 “학자로서 오랜 기간 공수처 설치를 주장했고, 민정수석으로 관계 기관과 협의하며 입법화를 위해 벽돌 몇 개를 놓았던지라, 만감이 교차한다”면서 “되돌릴 수 없는 검찰개혁의 제도화가 차례차례 이루어지고 있기에 눈물이 핑돌 정도로 기쁘다”고 소감을 밝혔다. “국민의 여망을 받들어 검찰개혁의 상징인 공수처란 집을 지어주신 국회의 결단에 경의를 표한다”고도 했다.

조 전 장관은 이어 “검경 수사권조정 법안도 조속히 통과되어, 공수처, 검찰, 경찰이 각각의 역할을 하는 ‘견제와 균형의 원리에 기초한 수사구조개혁’이 이뤄지기를 희망한다”면서 “시민의 한 사람으로, 새로 도입된 제도가 잘 운영·정착되기를 염원한다”고 밝혔다.
<hr style="display:block !important; margin:25px 0; border:1px solid #c3c3c3" /> 박원순, '공수처법' 통과에 "촛불의 열망 하나를 달성···국민은 반드시 이겨"
박원순 서울시장 또한 “국민의 열망이던 검찰개혁, 이제 시작”이라며 환영의 입장을 밝혔다.

박 시장은 지난달 31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법이 권력의 ‘흉기’가 아니라 온전히 ‘국민의 무기’가 될 수 있도록 정의를 위한 시간에 함께 힘을 보태야 한다”면서 “언제나 그렇듯 국민은 반드시 이긴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박 시장은 “2019년의 끝자락, 천신만고 끝에 공수처법이 드디어 국회를 통과했다. 1996년 참여연대 사무처장시절 최초로 ‘고위공직자 비리 수사처’ 설치 내용을 담은 부패방지법안을 청원한지 장장 23년만의 일”이라고 전제한 뒤 “23년이라는 세월을 뛰어넘어 심장이 터질 듯이 기쁘다. 처음 이 법안을 청원하던 그때 그 마음으로 돌아간 것만 같다”고 소감을 전했다.

이어 박 시장은 “정의를 바랐던 촛불의 열망 하나를 달성했다. 제도와 상식이 만들어 나갈 검찰개혁의 첫 단추를 바로 끼우기 시작했다”며 “여기까지 온 우리 국민들이 너무나 자랑스럽다. 길고 어려운 싸움을 끝까지 해준 국회의 결단에도 경의를 표한다”고도 했다.

아울러 박 시장은 “그러나 기쁜 마음 한편엔 씁쓸함이 남는다”며 “공수처 설치법안이 통과되는 그 순간까지 자유한국당을 비롯한 우리사회 기득권이 보여준 모습은 지난 수 십년간 보아왔던 그 모습과 조금도 변하지 않았다”고 날을 세웠다. <hr style="display:block !important; margin:25px 0; border:1px solid #c3c3c3" /> 윤석열, 공수처법 통과 후 첫 입장…“형사절차 큰 변화 예상”
윤석열 검찰총장은 2020년 새해를 앞두고 발표한 신년사를 통해 “형사사법 관련 법률의 제·개정으로 앞으로 형사절차에 큰 변화가 예상된다. 그러나, 부정부패와 민생범죄에 대한 국가의 대응 역량이 약화되는 일이 없도록 국민의 검찰로서 최선을 다하자”라고 밝혔다.

이어 “검찰총장으로서 저는, 헌법정신과 국민의 뜻에 따라 묵묵히 소임을 다하는 여러분을 응원하고, 여러분의 정당한 소신을 끝까지 지켜드리겠다”고 다짐했다.

윤 총장은 “우리는 그간의 검찰권 행사 방식, 수사관행과 문화를 헌법과 국민의 관점에서 되돌아보며, 과감하고 능동적인 개혁을 추진해 왔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검찰이 국민으로부터 신뢰받는 기관이 될 때까지, 우리 스스로 개혁의 주체라는 자세로 중단 없는 개혁을 계속해 나가야 하겠다”라고 강조했다.

또 윤 총장은 “지금 진행 중인 사건의 수사나 공판 역시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질서의 본질을 지켜내기 위해 국민이 검찰에 맡긴 책무를 완수해 나가는 과정”이라고 말했다. 윤 총장은 내년 4월 총선 관련해서도 “금품선거, 거짓말선거, 공무원의 선거개입 등 선거범죄에 철저한 대비태세를 갖추어야 한다”며 “선거사건에서 검찰의 정치적 중립은 단순히 기계적 균형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다. 누구라도 돈이나 권력으로 국민의 정치적 선택을 왜곡하는 반칙과 불법을 저지른다면, 철저히 수사하여 엄정 대응한다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했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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