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지만 유통시장은 아직도 상당 부분 주먹구구식으로 운영되고 있었다. 2000년 시장에 뛰어든 SK엔카는 단연 1등이었지만, 시장 점유율은 3%에 그쳤다. 이익률도 2% 수준으로 낮은 편이었다. 그런데 SK엔카 직영점 인수전이 시작되자 의외의 이름이 등장했다. 국내 톱2 사모펀드(PEF) 운용사로 꼽히는 한앤컴퍼니가 도전장을 내밀었다.
한앤컴퍼니는 이 시장을 남들과 다르게 봤다. 약 8000대에 달하는 재고자산(중고차)을 직접 떠안고 있어서 이익률이 낮을 뿐, 리스크가 낮고 성장성은 높다고 판단했다. 윤여을 한앤컴퍼니 회장은 “한국의 중고차 거래량은 신차 거래량의 1.4배, 미국은 2배에 달한다”며 “시장이 계속 커질 뿐만 아니라 중고차 거래라는 기반 위에서 다양한 영역으로 사업을 확장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고 전했다.
우선협상대상자로 확정된 직후부터 한앤컴퍼니는 이 회사의 가치를 끌어올리기 위해 주특기 ‘볼트온(bolt-on)’ 전략을 구사하기 시작했다. 유사 업종, 시너지가 나는 업종의 기업을 추가로 인수해 가치를 더하는 방법이다. SK엔카 직영점 인수가 완료되기도 전인 2018년 3월, 한앤컴퍼니는 CJ그룹에서 렌터카 자회사인 조이렌터카(지분 100%)를 약 500억원에 샀다.
자동차는 감가상각이 빠른 만큼 중고차로 렌터카 사업을 하면 렌트료를 대폭 떨어뜨릴 수 있다는 구상이었다. 윤 회장은 “국내 신차와 중고차 등록 대수 증가율은 연 3% 정도지만 렌터카나 리스 시장은 연 20%씩 성장 중인 점을 감안해 비즈니스 모델을 관련 업종으로 확장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5월에는 케이카캐피탈을 설립했다. 중고차와 할부금융을 결합한 것은 국내 최초였다. 작년 10월엔 브랜드명을 한국 대표 자동차 거래 플랫폼이라는 뜻에서 ‘케이카(K Car)’로 바꿨다. 단순 중고차 매매회사가 렌터카 기능과 자동차 할부금융 기능까지 갖춘 회사로 변신하는 데는 단 1년밖에 걸리지 않았다.
중고차 거래의 핵심은 신뢰다. 한앤컴퍼니는 2018년 말부터 배우 하정우를 모델로 TV 광고를 시작했다. ‘매입부터 진단, 관리, 판매까지 직접 책임진다’는 메시지를 강조했다.
PC나 휴대폰으로 중고차를 사면 원하는 곳 어디든 배달해 주는 ‘내차사기 홈서비스’를 도입했다. 실내와 엔진룸, 트렁크 구석구석까지 실물 확인을 온라인으로 할 수 있도록 ‘3차원(3D) 라이브 뷰’(사진)를 선보였다. 케이카 차량평가사가 실명을 걸고 해당 차량을 평가한 내용을 게시한다. 차를 받아 운전해 보고 마음에 들지 않으면 이유 불문 환불해주는 ‘3일 책임 환불제’도 운용하고 있다.
소비자 반응은 뜨겁다. 전체 거래량의 3분의 1이 온라인으로 이뤄질 정도다. 케이카 모바일 앱(응용프로그램) 다운로드 수는 벌써 100만 건에 육박한다. 직영점 수도 인수 당시 26곳에서 현재 38곳으로 계속 늘려가고 있다. 윤 회장은 “앞으로도 경쟁자가 없는 위치를 확고하게 점유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상은 기자 se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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