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괴짜 회장님'의 기업가 정신…"자서전 3부는 우주서 쓸 것"

입력 2020-01-02 12:41   수정 2020-01-03 00:51

60개 사업 분야, 350개 계열사, 35개국 7만 명의 직원, 6000만 명의 고객, 연 매출 27조원. 중학교 졸업이 전부인 학력에 난독증까지 있었던 소년이 성장해 일군 결과다. 튀는 외모와 행동으로 유명한 리처드 브랜슨 버진그룹 회장은 ‘혁신가’보다는 ‘괴짜’ 이미지가 더 강한 기업인이다. 미국 뉴욕 한복판에서 탱크에 올라탄 채 콜라를 쏘아대며 버진콜라를 알렸고, 버진모바일 광고판엔 자신의 누드를 내걸었다.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는 장치 개발자를 찾는다며 183억원의 현상금을 내놨고 보트, 항공 사업에 이어 버진갤럭틱항공을 창업하면서 첫 민간 우주여객선을 공개하기도 했다.

《버진다움을 찾아서》는 그의 자서전이다. 1998년 출간한 《버진다움을 잃으며》에 이은 ‘자서전 속편’이다. 그는 두 번째 자서전을 낸 이유를 이렇게 설명한다. “지난 20년간 너무 많은 일이 있었다. 세계적인 브랜드로 성장했고 평범한 시민을 우주로 보내는 꿈을 현실화했으며, 관심이 다른 회사와의 경쟁에서 혁신으로 옮겨 갔다.” 그가 이미 많은 것을 이뤘고 더 도전할 거리가 없다고 생각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에 대한 반박이기도 하다.

영국 런던에서 태어난 브랜슨은 열여섯 살에 고등학생 잡지를 창간하면서 학교를 그만뒀다. 스무 살에 창업한 우편주문 전용 음반 판매회사 버진레코드를 시작으로 레저와 스포츠, 미디어와 금융, 건강과 환경으로 사업 영역을 넓혔다.

책은 그가 사업가로서 어느 정도 기반을 잡은 1999년에서 출발한다. NTL과 텔레웨스트의 합병으로 설립된 버진미디어의 탄생부터 버진머니가 노던록을 인수하게 된 과정을 생생하게 풀어낸다. 그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 기회를 노렸고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투표 당시에는 소신을 갖고 반대 목소리를 냈다.

모든 직원에게 4년의 육아휴직을 허용하는 방침을 소개한 부분도 눈길을 끈다. 52주간은 임금을 최대 전액 지불하는 유급휴가다. 그는 “아이가 갓 태어난 직후의 시간이 부모에게는 얼마나 마법 같은지를 잘 안다”며 “얼마나 손이 많이 가는 고된 시간인지도 잘 안다”고 이유를 설명한다.

엘리자베스 영국 여왕의 90번째 생일 축하 파티에 참석해 여왕과 대화를 나누고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 부부와 휴가를 함께 보내는 등 유명 인사들과의 교류도 일상과 다름없이 담담하게 들려준다. 넬슨 만델라 전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통령,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 래리 페이지 구글 창업자와의 에피소드도 등장한다.

회사의 확장과 성장을 이끈 기업가 정신뿐 아니라 그의 인간적인 면모도 곳곳에서 엿볼 수 있다. 그는 “인생이 기나긴 성공담이라면 그다지 읽을 만한 책이 못 될 것”이라며 “내 실수를 통해 무언가를 배우고 삶의 여정을 걸어가는 동안 얼굴에 미소짓기를 바란다”고 서술했다.

책 마지막 부분엔 ‘부록’처럼 자신이 넘긴 죽을 고비를 연도별로 정리해 놓았다. 세 살 때 썰매를 타다가 넘어져 얼굴을 바닥에 부딪친 사고부터 수영하다 상어를 만난 일, 최강의 허리케인을 겪은 경험까지 무려 76차례에 이른다. 브랜슨이 내뿜는 끊임없는 에너지의 원천은 유쾌한 상상력과 유머인 듯하다. 그는 책을 이렇게 마무리한다. “계속 이렇게 행운이 따른다면 그리고 오래 산다면 자서전 3부작 가운데 마지막 편은 90대 무렵에 쓰고 싶다. 가능하면 손녀 손자들과 함께, 어쩌면 우주에서 말이다.”

윤정현 기자 hi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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