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은행이 지난해 12월 출시한 알뜰폰(MVNO) 서비스 리브엠의 홍보문구다. 금융회사가 통신업에 뛰어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5세대(5G) 이동통신 요금제를 최저 월 7000원에 선보이며 도전장을 내밀었다. 통신 3사에는 없던 공인인증서 겸용 유심, 친구 간 결합 할인 등의 서비스도 내놨다.
은행이 왜 알뜰폰 사업을 하는 걸까. 요즘 국민은행에 쏟아지는 단골 질문이다. 이 사업은 국민은행의 혁신 실험이자 수익 다변화 전략의 일환이다. 기존 금융사가 해본 적 없던 영역에서 혁신을 시도하면서 ‘선도 은행’이란 이미지를 확립하는 데 큰 기반이 될 것이란 판단도 깔려 있다.
○은행 알뜰폰 뭐가 다를까
국민은행의 리브엠은 휴대폰을 ‘셀프 개통’할 수 있는 게 큰 특징이다. 웹사이트 리브모바일에 가입해 은행이 개발한 전용 유심을 구매, 이를 우편으로 받아 기존 휴대폰에 끼우면 된다. 유심 안에는 KB모바일 인증서가 내장돼 있다. 금융 앱(응용프로그램)이 자동 설치되고 별도의 인증서 없이 각종 금융거래가 가능하다. 새 휴대폰을 구매해 가입할 수도 있다.
리브엠은 기존 통신사 알뜰폰 서비스의 반값이라는 점에서 많은 주목을 받고 있다. KB금융그룹 계열사 이용 실적에 따라 요금이 월 최대 3만7000원 할인된다. 급여, 4대 연금, 아파트 관리비 등을 자동이체하고 제휴 카드 청구할인을 적용하면 기본요금 4만4000원인 5G 요금제(리브M 5G 라이트) 가격이 월 7000원으로 내려간다. LTE 무제한 요금제(월 기본 4만4000원)도 최대 할인 시 월 7000원에, 6기가바이트(GB) 요금제(3만7000원)는 무료로 사용할 수 있다. 특히 올해 2월 말까지 반값 요금제 이벤트를 통해 거래실적과 관계 없이 최대 2만2000원을 자동 할인 받을 수 있다. 또 KB국민카드로 자동이체시 6개월간 매달 5000원의 캐시백 혜택도 제공 중이다. 가입 후 6개월간은 5G 라이트 요금제를 월 2000원에 이용 가능한 셈이다.
기존 통신사에는 없는 서비스도 시도하고 있다. 가족이 아니라 지인끼리 함께 가입해도 요금을 월 2200원씩 할인해주는 ‘친구 결합 할인’이 대표적이다. 남은 데이터를 100MB당 100포인트리(국민은행 포인트)로 돌려주는 ‘데이터 환급 서비스’도 선보였다. 휴학, 입대, 어학연수 등이 잦은 20대를 위한 ‘스위치 요금제(스위치를 껐다 켜듯 원할 때만 사용할 수 있는 요금제)’를 내놓는 방안도 구상 중이다.
○금융·통신 융합실험에 고삐
소비자 입장에선 모바일을 통한 금융 거래가 더 편리해지게 됐다. 그동안 모바일로 금융거래하는 경우 휴대폰을 교체할 때마다 공인인증서를 새로 발급받아야 했다. 리브엠은 유심칩만 교체하면 인증서 추가 발급 없이 사용할 수 있다. 유심에 개인정보를 저장해두면 리브똑똑, 리브 등 국민은행 앱 로그인 시 필요한 정보를 자동 입력해준다. 별도의 인증 절차 없이 안전하게 금융거래를 할 수 있다.
이 같은 혁신을 경험한 소비자에겐 국민은행에 대한 긍정적인 인식이 자연스럽게 쌓일 것으로 국민은행은 기대하고 있다. 리브엠 가입자를 신규 금융고객으로 끌어모으겠다는 전략이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리브엠은 국민은행 거래 고객이 가입했을 때 누릴 수 있는 혜택이 크다”며 “급여 이체 등 일상적인 거래 실적만 있어도 다른 알뜰폰 업체보다 낮은 가격에 이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국민은행은 KB 알뜰폰에서 국민은행 거래뿐 아니라 KB국민카드, KB손해보험 등 KB금융 계열사의 금융 거래도 편리하게 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앱 하나로 은행·카드·보험 거래가 가능한 방식이다.
허인 국민은행장은 “리브엠은 금융서비스가 한 단계 진화하는 기점이 될 것”이라며 “통신과 금융을 융합해 혁신을 도모하는 데 속도를 내겠다”고 말했다. 장기적으로는 고객의 통신 정보 등 빅데이터를 활용한 맞춤형 금융 서비스를 선보이는 데 유용할 것으로 분석했다. 이 과정에서 혁신을 시도하는 선도 은행의 입지를 굳힐 수 있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허 행장은 “리브엠을 통해 금융권을 넘어 통신업계에 이르기까지 혁신 바람을 일으키겠다”고 강조했다.
정지은 기자 jeo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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