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잘못된 관행 과감히 폐기"…정의선 "미래 리더십 확보 원년"

입력 2020-01-02 17:21   수정 2020-01-03 01:33


삼성 현대자동차 SK LG 롯데 등 5대 그룹 총수가 2일 신년 행사를 열고 올해 경영 화두를 제시했다. 행사 형식은 예년보다 가볍고 간소해졌지만 총수들이 던진 메시지는 그 어느 때보다 묵직했다. ‘게임체인저’ ‘딥 체인지(근본적 혁신)’ ‘미래 개척’ 등 총수들이 각자의 화법대로 선택한 단어엔 공통점이 있었다. 불확실한 미래에 대비하기 위한 혁신과 도전, 변화 추구의 뜻이 함축돼 있다는 것이다. 경제계에선 40~50대 젊은 총수들이 불확실한 글로벌 경영환경을 정면돌파하고, 미래 사업에서 가시적 성과를 내겠다는 의지를 강하게 드러냈다는 평가가 나온다.

반도체연구소 찾은 이재용 부회장

삼성은 올해 그룹 차원의 신년회를 열지 않았다. 이건희 회장 와병 이후인 2015년부터 계열사 대표들이 개별 신년사만 내고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바쁘게 움직였다. 이날 오전 문재인 대통령이 주최한 신년 인사회(대한상공회의소)에 참석한 뒤 바로 경기 화성사업장 반도체연구소를 찾아 DS(디바이스솔루션)부문 사장단 회의를 열었다. 반도체연구소는 이 부회장이 지난해 4월 선언한 ‘2030년 시스템반도체 세계 1위’ 비전을 달성하는 데 핵심이 되는 첨단기술 연구개발(R&D)을 책임지는 곳이다.

이 부회장은 2~3년 뒤 삼성전자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사업을 끌고 갈 ‘3나노 공정기술’을 보고받고 차세대 반도체 전략을 논의했다. 그는 “역사는 기다리는 게 아니라 만들어나가는 것”이라며 “새로운 미래를 개척해나가자”고 말했다.

현대차, 미래사업에 100조 투자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은 서울 양재동 본사에서 2년 연속 신년회를 주재했다. 정 부회장이 던진 경영 화두는 ‘혁신’이다. 기술·사업기반·조직문화를 혁신해 미래사업 분야에서 가시적인 성과를 창출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그는 “2020년을 전동화, 자율주행, 모빌리티 서비스 등 미래 시장 리더십 확보의 원년으로 삼겠다”고 말했다.

현대차그룹은 구체적인 투자계획도 제시했다. 미래 성장을 위해 그룹 총투자를 연간 20조원 규모로 확대하고, 향후 5년간 100조원 이상을 쏟아붓기로 했다. 2023년까지 자율주행차를 상용화하고, 2025년엔 전동화 모델 44개를 내놓겠다는 계획도 소개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별도의 신년사를 내놓지 않고 신년 행사를 통해 간접적으로 메시지를 전했다. 이날 서울 광장동 그랜드워커힐호텔에서 열린 SK그룹 신년회에선 소셜벤처 지원사업을 하는 허재형 루트임팩트 대표, 안정호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 교수 등이 사회적 가치에 대한 견해를 발표했다. 최 회장은 이 자리에서 행복경영과 딥 체인지를 지속적으로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재차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기존 관행 넘어서야”

구광모 LG그룹 회장은 디지털 영상 ‘LG 2020 새해 편지’를 통해 ‘고객 가치 실천’을 경영 핵심 키워드로 꼽았다. 임직원에게 빠른 실행력과 도전 의지도 주문했다. 일하는 방식과 조직문화 개선 등을 추진해 기존 관행을 넘어설 것을 강조했다. 그는 “앉아서 검토만 하기보다는 방향이 보이면 일단 도전하고 시도해야 한다”며 “좋은 상품을 시장에 선보였으니 끝이라고 하지 말고, 또 다른 시작이라는 마음으로 끝까지 고객을 살펴야 한다”고 당부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도 ‘변화’에 대한 의지를 강하게 나타냈다. ‘처음부터 다시 시작한다’는 각오로 사업 방식, 경영 습관, 근무 태도 등 모든 관행을 전면 개선해야 한다고 했다. 핵심역량 강화, 창조적인 사업 가치 제시, 고객과의 공감능력 향상도 주요 목표로 제시했다. 신 회장은 “선제적으로 혁신하고 시장을 리드하는 게임체인저가 돼야 한다”며 “디지털 전환을 통한 비즈니스 혁신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황정수 기자 hj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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