곤 탈출로 日 '국제 망신'…출국 경로 뒷북 수사

입력 2020-01-02 14:38   수정 2020-04-01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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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를로스 곤 전 르노·닛산 얼라이언스 회장(사진)의 탈출로 일본의 허술한 출입국 관리 운영 실상이 여실히 드러났다. 곤 전 회장이 탈출 동기로 ‘반인권적인 일본의 사법제도’를 거론하면서 일본의 수사·사법제도에 대한 국제사회의 비판적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여러모로 국제적 ‘망신’을 당한 일본 사법당국은 뒤늦게 곤 전 회장의 탈출 경로를 수사하기 시작했다.

2일 요미우리신문 등 일본 언론에 따르면 일본 검찰과 경찰은 곤 전 회장의 불법 출국과 관련한 수사에 착수했다. 도쿄지검은 이날 오후 도쿄 미나토구에 있는 곤 전 회장의 주거지를 출입국관리법 위반 혐의로 압수수색했다.

일본 검·경은 곤 전 회장의 구체적인 도피 경위를 파악하기 위해 곤 전 회장 자택 주변의 폐쇄회로TV(CCTV) 영상 분석을 시작했다. 곤 전 회장 자택 주변의 사람 및 차량 왕래도 체크하고 있다. ‘악기 케이스에 숨어서 자택에서 빠져나왔다’는 레바논 언론의 보도 내용도 집중적으로 확인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도피에 협력한 사람을 색출하는 작업도 하고 있다. 일본 내에서 곤 전 회장의 탈출에 민간 보안회사 등의 조직적인 관여가 있었을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도피를 도운 인물에게는 범인 은닉 등의 혐의를 적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일본은 자국 사법제도에 대한 비판이 고조될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곤 전 회장은 탈출 직후 발표한 성명에서 “유죄를 전제로 차별이 횡행하고 기본적인 인권을 무시하는 부정한 일본 사법제도의 인질이 더 이상 아니다”고 일본의 사법제도를 강하게 비판했다.

곤 전 회장은 2018년 11월 도쿄지검에 기습적으로 체포된 직후부터 “무죄추정의 원칙이 적용되고 있지 않다”며 일본의 사법제도에 날을 세웠다. 사법부의 판결이 나오기 전 108일에 달하는 장기간 구속이 이어졌고, 도쿄지검 특수부 조사에서 변호인이 동석할 수 없었다는 점을 대표적 문제점으로 지적했다.

이와 함께 한겨울에 모포를 두 장밖에 지급하지 않는 열악한 일본 구치소 환경과 주말에도 이뤄지는 조사에 불만을 토로했다. 도쿄지검 특수부는 곤 전 회장이 체포 직후 범죄 혐의를 완강하게 부인하면서 최장 23일로 제한된 구속 기간 내에 수사를 끝내지 못했고 별건 수사 형태로 구속 기간을 연장하는 무리수를 뒀다.

곤 전 회장은 오는 8일 레바논 베이루트에서 기자회견을 열겠다고 밝혔다. 이 자리에서 일본 사법제도의 문제점을 폭로할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알베르트 세르한 레바논 법무장관은 이날 “곤 회장에 대한 인터폴의 수배 요청을 받았다”고 했다.

도쿄=김동욱 특파원 kimd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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